현동진 로보틱스랩장 “운동 자동화는 가장 늦게 올 것… 완전 대체까지 시간 남았다”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 상용화 주력…“사람 대체보다 질병 유발 환경 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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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상무)이 ‘제4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테슬라 옵티머스, 피규어AI,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이 가열되면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담론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공장 노동자부터 물류 작업자까지, 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꿰차는 미래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CES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람처럼 걸어 다니며 관절을 이용해 생산 작업을 수행하는 이 로봇을 두고 현대차 노조는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안 된다”며 생산 현장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도입이든 자동화든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안은 무엇인지 충분히 숙의되고 합의된 조건에서 전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로봇을 개발하는 현장 엔지니어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에서 열린 ‘제4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완전한 노동 대체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상용화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일까지 이틀간 ‘AI 시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개최했다.
현 랩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순서를 세 단계로 설명했다. 텍스트를 처리하는 LLM(대규모 언어모델)이 첫 번째다. 챗(Chat)GPT로 대표되는 이 기술이 AI 대중화의 문을 열었다. 두 번째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다루는 VLM(비전 언어모델)이다. 그림을 생성하고, 이미지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리적 행동까지 포함하는 VLA(비전 언어 행동모델)가 마지막 단계다. 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실제로 움직이는 영역이다. 현 랩장은 “언어나 이미지는 디지털인데 운동은 아날로그”라며 “운동의 자동화는 가장 뒤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텍스트 기반 업무가 먼저 자동화되고, 육체노동의 자동화는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고 늦게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실제로 개발하는 로봇의 방향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현 랩장은 “로보틱스의 출발점은 노동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보틱스랩이 지난해 7월 상용화한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 어깨 착용로봇)가 대표적이다.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은 어깨 관절과 근육에 부담을 주고, 반복하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착용로봇은 중력보상 메커니즘으로 어깨 부하를 줄여준다.
현 랩장은 “모터도 없고 배터리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기술의 혜택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기에 질병이 유발될 수 있는 작업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현재 현대차ㆍ기아 공장은 물론 조선ㆍ항공ㆍ농업 분야로 공급처를 넓히고 있다.
피지컬 AI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 랩장은 냉정한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피지컬 AI로 풀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와 논의, 규제, 협의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제도와 사회적 준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 랩장은 “완전히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계속적인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 말미에 당부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에비던스(근거)를 따라가고, 오버프라미스(과대약속) 하지 말고, 엔지니어들의 얘기를 경청해 달라”고 했다. 로봇과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과도한 기대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 랩장은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에 갇히기보다, 이 기술이 어떻게 사람을 지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주시면 기술 기반의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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