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분할 합의 효력이 쟁점
가족간 대화 녹취록도 변수
판결 따라 지배구조 변화 주목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LG 오너 일가의 상속 분쟁 1심 결론에 재계는 물론 법조계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가족 간의 재산 다툼을 넘어 LG그룹의 지배 구조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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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구광현 부장판사)는 오는 12일 오전 10시 구광모 LG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 회복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양쪽은 지난해 12월23일 변론종결 이후 최근까지도 물밑에서 치열한 서면 공방을 이어왔다. 한쪽에서 재판부에 참고서면을 내면, 다른 쪽에서도 참고서면을 제출해 받아치는 식이다.
분쟁의 핵심은 2018년 구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 간에 이뤄진 상속재산 분할 합의의 효력이다.
당시 구 회장은 양자 자격으로 지주사인 ㈜LG 지분 11.28% 중 약 8.76%를 상속받아 경영권을 승계했고, 세 모녀는 현금과 부동산, 일부 주식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분배받았다.
그러나 이후 세 모녀는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경영권 지분을 양보했지만, 실제로는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이 없었다”며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은 기존 합의는 착오나 기망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 유언장이 없다면 민법상 상속 비율에 따라 주식 등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원고 측은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2022년에야 알았다는 이유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3년)도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법은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구 회장 측은 유언장은 없었지만 선대회장의 유지를 담은 메모가 분명히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상속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맞서왔다. 원고들 역시 합의서에 직접 서명ㆍ날인한 만큼 합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게 구 회장 측의 주장이다.
게다가 상속 침해를 안 날로부터 이미 3년이 지난 만큼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제척기간 도과’를 핵심 방어 논리로 내세웠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선대회장은 ‘다음 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며 “경영 재산은 모두 구 회장에게 승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하 사장은 구 선대회장 별세 전후로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 관리와 상속 분할 협의 등을 총괄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가족 간 대화 녹취록도 변수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담회에 낄 수 없다. 연경이가 아빠(고 구본무 선대회장) 닮아서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연경이나 내가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 다시 지분을 좀 받고 싶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 언급했다.
앞서 세 모녀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번 소송의 의도가 사실상 경영 참여임을 밝힌 셈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LG그룹의 미래는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만약 재판부가 3년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하거나 재산 분할 합의 과정에서 기망 행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다면 구 회장 측은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재판부가 세 모녀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속 재산이 법정 비율에 따라 다시 분할되면 LG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1심 판결의 향방을 두고 구 회장 측의 우세를 예상하는 분석이 더 많다. 상속법 전문가인 A변호사는 “원고 측이 재산 분할 합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기망 정황이나 증거 등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 회장 측의 승소를 점쳤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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