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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장자 승계’ 가풍 vs ‘민법상 권리’의 충돌…12일 운명의 1심 선고
세 모녀 승소 시 구광모 회장 최대주주 지위 흔들…지배구조 대격변 예고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재계 4위 LG그룹이 70여 년간 지켜온 ‘조용한 승계’의 전통이 법정 시험대에 오른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 배분을 둘러싼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김영식 여사,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 간의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 결과가 오는 12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선고된다. 이번 판결은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 정통성은 물론 LG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화(人和)’의 균열… 3년 승계 공방
LG그룹은 창업주 이래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고 나머지는 계열 분리하는 독특한 가풍을 유지해 왔다. 실제 창업주 구인회 회장부터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구씨 일가 장자가 경영권을 이어왔다.
구본무 전 회장은 친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자, 2004년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장남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 회장은 2018년 그룹 회장에 올랐고, 당시 상속인들은 경영권 자산인 ㈜LG 지분 11.28% 중 8.76%를 구 회장에게 몰아주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세 모녀가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속임수에 의해 합의가 이뤄졌다”며 소송을 제기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 메모’ 존재 여부와 상속 침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제척기간 3년 경과 여부)을 두고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구 회장 측은 하범종 사장 등 핵심 인사의 증언을 통해 합의의 적법성을 주장해 왔으나, 세 모녀 측은 최근 ‘차명 주식’ 의혹까지 제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판결 시나리오… 구광모 회장의 지배력 사수 여부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사실상 ‘승패형’ 결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광모 회장이 승소할 경우 현행 지배구조가 유지되며 1인 총수 체제의 정통성이 강화된다. 다만 항소 시 사법 리스크는 2~3년 더 이어지며, 최근 병합된 ‘파양 소송’ 등 가사 분쟁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구 회장 측은 “2018년 11월 상속은 적법하게 완료됐고,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침해 인지 후 3년, 상속 개시 후 10년)도 경과했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1심에서 소송은 각하 또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세 모녀가 승소할 경우 민법상 법정 비율(배우자 1.5, 자녀 각 1)로 지분이 재분배된다. 이 경우 구 회장의 지분은 약 9.7%로 하락하는 반면, 세 모녀의 합산 지분은 14%를 상회하며 구 회장을 넘어서게 된다. 단독 총수의 지배력이 훼손되고 ‘가족 연합’의 입김이 강해지는 대전환을 맞게 된다.
▲‘3%룰’ 시행과 맞물린 경영 리스크
이번 판결은 산업적 관점에서도 매우 민감하다. LG그룹은 AI, 바이오, 배터리(ABC)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천문학적인 선행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장기 전략은 총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의 ‘합산 3%룰’은 LG에 치명적일 수 있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 규정은, 상속 분쟁으로 오너 일가가 갈라설 경우 외부 세력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노출될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을 계기로 LG가 총수 개인 지분 의존도를 낮추고 범LG가 연합에 의존하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개인 최대주주는 구 회장이다. 다만 구연경·구연수 씨 등 친인척 24명이 지분 21.79%를 나눠 보유하고 있어, 세 모녀가 승소하거나 일부 친인척의 지지가 더해질 경우 구 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휴대폰사업 철수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일관된 구조개편을 추진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직접 회의를 주도하며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며 “임직원과 범LG 내부에서 구광모 체제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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