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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혁신제품, 공공조달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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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2 06:00:53   폰트크기 변경      

전체 조달 225조 중 혁신제품 비중 0.4% 안팎

설계·발주 관행 탓에 국산 인증제품 외면 반복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정부 R&D 예산을 투입해 개발하고, 신기술ㆍ혁신제품ㆍ우수조달물품 인증까지 받은 국산 제품들이 공공 건설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이 혁신제품 사용 장려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입찰시장에서는 발주기관이 혁신제품을 사용할 동력이 떨어져 수입산에까지 밀린다는 지적이다.

10일 조달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혁신제품 공공구매 규모는 약 1조220억원으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구매목표 달성률도 2020년 113%에서 2024년 133%까지 매년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현장에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받는다. 같은 해 전체 공공조달 규모가 225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혁신제품 구매 비중은 0.4%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수조달물품 역시 공급액 4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조달 규모 대비 2% 내외에 그친다.

바이오가스 시설용 흡착제는 혁신제품의 제도와 시장 사이의 괴리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R&D로 개발된 한 국산 흡착제는 신기술(NET) 인증, 혁신제품 지정, 조달우수제품 등록까지 모두 마쳤지만, 실제 지자체 발주 현장에서는 독일산 제품이 설계내역서에 지정돼 국산이 끼어들 틈이 없다.

지자체가 흡착제 교체를 ‘물품 구매’가 아닌 ‘교체공사’로 발주하면서 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만 입찰이 가능해지고, 지역제한까지 걸리면서 국내 제조사의 시장 진입이 원천 차단된 결과다.

혁신제품 인증 흡착제를 생산하는 A사 대표는 “수년에 걸쳐 모든 인증 관문을 통과했는데, 막상 입찰 현장에선 설계서에 독일산이 박혀 있어 견적조차 넣을 수 없다”면서 “공인시험을 거친 제품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혁신제품이 현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연구개발에서 성능검증, 조달청 등록, 실제 지자체 설계ㆍ발주 반영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단계별로 분절됐기 때문이다. 이 중 어느 한 단계에서만 관심이 떨어져도 제품 적용이 막힌다.

특히 지방 현장의 설계ㆍ입찰을 수행하는 실무자에게 조달 혁신제품을 우선 고려해야 할 동력이 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한 조달 전문가는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산 R&D 성과를 우선 반영하도록 만드는 유인ㆍ관리장치가 약한 구조적 문제를 바꾸지 않는 한 현재의 관행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시설공사 입찰 시 특정 외국산 제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동등 이상 품질의 국내 인증제품 포함’ 표현을 의무화하고, 조달 혁신제품을 우선 고려하도록 설계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도로시설 관련 혁신제품 보유 업체 대표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까다로운 인증 절차까지 통과한 제품이 ‘설계 한 줄’ 때문에 공공시장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발주기관이 혁신제품을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조달청 차원의 적극적인 개도와 일정 수준의 압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은 “혁신 및 우수제품이 인증만 받고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발주기관 대상 설계 반영 컨설팅을 강화하고, 수요기관의 인식과 관행을 실질적으로 바꿔나가겠다”며 “현재 재정경제부와 함께 기관별 혁신제품 구매 및 적용 목표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현장 적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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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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