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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탈고로에 시멘트업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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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3 06:00:51   폰트크기 변경      

시멘트 제조시 클링커 대체 혼합재
플라이애시·고로슬래그 수급 난항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가시화되면
시멘트사 ‘원료 확보 전쟁’ 불가피
산업폐기물 분류…수입도 어려워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정부가 탄소중립을 앞세워 화력발전소 폐쇄와 무탄소 전원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발전ㆍ제철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원료로 써온 시멘트업계는 정반대의 위기에 몰렸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클링커 비중을 낮춰야 할 시점에, 정작 이를 대체할 플라이애시와 고로슬래그가 급감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6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소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

화력발전의 부산물인 플라이애시는 시멘트 제조 시 클링커를 대체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필수 혼합재다. 석탄발전 축소는 곧 플라이애시 생산 중단으로 직결되며, 이는 시멘트 산업의 친환경 전환 토대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플라이애시는 단순히 탄소만 줄이는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 배합 시 유동성을 높여 작업 효율을 개선하고 장기 강도를 높이는 등 품질 측면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하지만 발전소 가동 중단이 가시화되면서 시멘트사들은 원료 확보 전쟁을 치러야 할 처지다.

철강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탄소 감축을 위해 고로(용광로)를 전기로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양질의 고로슬래그 발생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로슬래그는 염해에 강한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지만, 전기로에서 나오는 제강슬래그는 아직 기술적ㆍ환경적 제약으로 시멘트 혼합재로 쓰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사용량을 늘려야 할 핵심 혼합재들이 정부 정책 영향으로 동시에 고갈되는 모순적 구조가 눈앞에 닥친 셈이다.


그래픽: 대한경제


해외 조달 창구도 사실상 봉쇄됐다. 정부는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일본산 석탄재에 대한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과거 국내 수급 공백이 생길 때마다 버팀목이 됐던 일본산 물량은 ‘쓰레기 수입’이라는 부정적 여론과 비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수입이 끊겼다. 업계에선 “공급 다변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됐다”는 탄식이 나온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기로 슬래그와 각종 재활용 원료 활용도 쉽지 않다. 폐기물관리법상 재활용환경성평가 의무와 고알칼리 용출수 pH 규제 등이 적용되면서 사업화 문턱이 높다. 제품 인증을 받아도 폐기물과 유사한 수준의 사후 관리가 요구돼 현장에서는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기술 개발과 투자 의지가 규제 장벽에 가로막히는 셈이다.

원료 수급 불안은 곧 가격 변수로 이어진다. 혼합재 확보가 어려워지면 시멘트사는 클링커 생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탄소 배출 증가로 연결된다. 2026년부터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이 확대되면 추가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시멘트 원가 상승은 레미콘 가격과 공사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와 기초자재 수급 안정이라는 산업 현실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면서, 업계에선 정책 간 정합성 부족을 지적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건설 산업의 기초 체력을 흔드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혼합재 공급망 관리와 규제 합리화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석탄재를 못 쓰게 되는 상황은 업계에 큰 부담이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과거엔 부족분을 해외에서 조달했지만 지금은 그 길도 막혔고, 대체 원료 개발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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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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