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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의 건설자재 선물시장 활용 사례 |
건설자재 통합 선구매 플랫폼 제안…선물시장 조성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지난해 건설투자 부진의 원인 중 하나가 자재비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라는 건설 싱크탱크의 지적이 나왔다.
건설사업 참여자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공사비 변동은 현장의 공사 중단, 시공사와 발주처 간의 법적 분쟁, 분양가 상승 압력 등으로 이어지며 ‘쇼크’에 가까운 건설투자 침체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자재비용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미국, 인도 등처럼 ‘자재 선물시장’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은 18일 내놓은 ‘건설자재 공사비 리스크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건산연이 인용한 최근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2025년 실질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9.9% 감소한 26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감소한 것이며, 9.9% 감소폭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2%) 이래 27년 만에 최대로 줄어든 것이다. 사실상 ‘쇼크’ 수준의 급격한 침체기에 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건설투자가 감소한 이유로 △고물가ㆍ고금리 환경 △부동산 시장 침체 △PF(부동산 파이낸싱) 경색 △정치적 불확실성 등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재비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구조가 고착화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20~2025년 간 공사비 상승 요인을 2020년 기준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자재비용(49.8%), 피용자 보수(29.2%), 서비스 비용(21.0%) 등 순으로 비용상승 기여율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후 급격한 자재비용 상승은 건설산업의 수익 구조와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자재 선물시장’ 도입을 제안했다.
미래 자재가격을 현재 시점에 확정해 공사비 변동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투명한 시장가격 형성을 통해 예산 편성 및 사업 추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의도다. 이미 중국(철근ㆍ유리), 미국(목재), 인도(철강) 등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표준화된 자재를 기반으로 선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 사례를 무작정 참조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철근(7대 제강사), 시멘트(5~6개사) 등 소수 공급자 체계와 건설사별 분산된 다수 수요자 구조라는 점에서 해외와 다르다. 내수시장 규모가 협소해 투자자 유입 및 유동성 확보가 어렵고, 자재 특성상 보관ㆍ운송 부담이 크다.
이에 건산연은 가칭 ‘건설자재 통합 선구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장외 선물시장 조성을 제안했다. 이 플랫폼은 공공부문의 확정된 미래 수요를 통합ㆍ선발주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시스템이다. 자재 선물시장의 ‘기초 자산’을 제공하고 제조사의 ‘공장 가동’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시범단지를 지정하고 철근ㆍ레미콘 등을 통합 선구매해 시장을 조성한다.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제조사들은 제조에 들어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하게 된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 5년간 건설투자 침체는 단순한 불황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봐야 한다”며 “건설자재 통합 선구매 플랫폼 도입을 단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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