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분율을 30% 가까이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성추행 사건 징계를 둘러싼 대주주의 ‘경영 간섭’ 논란이 폭발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출범 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24일 한미사이언스 공시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 측 회사인 코리포항으로부터 지분 6.45%를 장외 매수했다. 이로써 신 회장의 개인 지분과 한양정밀 보유분을 합산한 실질 지분율은 29.83%에 달한다.
이는 창업주 일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3.84%)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9.15%), 임종윤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3.20%),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5.09%)과 사모펀드 킬링턴(9.81%)의 지분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 회장은 이번 매수가 임 전 사장 측의 자금 요청에 따른 우호적 거래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시점이 묘하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와 신 회장이 인사권을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전격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신 회장이 경영권 장악을 위한 실질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발생한 팔탄공장 임원 A씨의 성추행 사건이다. 박재현 대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분리 조치를 명령했으나 A씨는 대주주 측 지시를 근거로 출근을 강행하며 대표의 인사권을 무력화했다. 결국 A씨는 징계 해임이 아닌 자진 퇴사 형식으로 정리되어 경쟁사로 이직했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징계를 저지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는 신 회장이 “그 사람이 여자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박 대표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한미약품 임원들은 성명을 내고 “참담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회사 명예를 더럽힌 신 회장은 사과하고 경영에서 즉각 손을 떼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해당 대화는 당사자가 이미 회사를 떠난 뒤인 2월 초의 일이며 징계 방해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신 회장은 “앞으로도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전문경영인이 최대주주와 정면대립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우선 이사회가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대주주의 부당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 경영 원칙을 재확인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갈등 끝에 경영진이 교체된다면 대주주의 영향력이 전면에 나서는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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