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보따리를 풀고 있다. 현금 배당액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수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실적 자신감을 넘어, 금융당국의 제도적 압박과 정부의 세제 혜택이 맞물린 ‘K-밸류업’ 흐름의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자기주식 소각이다. 과거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직접적으로 주주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셀트리온은 약 1조463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한다. 전체 보유 물량 중 보상 목적을 제외한 65%를 소각하고, 나머지는 M&A 재원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주당 750원의 현금배당을 병행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사활을 걸었다.
유한양행은 보통주 32만836주(약 362억원)를 소각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56만1463주의 보통주를 소각했다. 2027년까지 발행주식 총수의 1%를 순차적으로 소각한다는 로드맵에 따른 조치다. 이미 올해까지 약 615억원 규모의 물량을 정리했으며, 배당금도 전년 대비 20% 인상했다.
동아에스티는 보유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특히 주주에게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지 않는 ‘비과세 감액배당’을 추진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영리한 전략을 택했다.
정부의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기업들의 배당 성향을 자극하고 있다. 세금 부담이 완화되면서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와 기업의 화답이 선순환을 이루는 양상이다.
파마리서치는 보통주 1주당 37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전년(1100원) 대비 236%가량 많은 금액이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배당 총액은 428억원 규모다. 지난해 파마리서치 당기순이익(1706억원)의 25%에 달하는 파격적인 수치다.
알테오젠도 창사 이래 첫 2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021억원, 영업이익 114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명인제약은 배당금을 50% 올리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GC녹십자홀딩스는 향후 3년간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중장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이 있다.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며, 경영상 예외적인 경우만 보유를 허용한다. 기업들이 법안 통과 전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정리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자사주 처분에 대한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며 “정부의 세제 지원과 맞물려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주 친화 경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트렌드로 고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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