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안재민 기자] 해외 주요국은 이미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 공간을 ‘3차원 개발 권리’로 인정하고 관련 법체계를 정비해 도시개발과 연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도로를 단일 공공시설로만 규정하는 평면적 사고에 갇혀 있어, 지하도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위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한국도로공사는 한국도로학회·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한 ‘지하고속도로 추진을 위한 법제 정비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체계가 지하도로 상부에 공공주택이나 상업시설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도로의 배타적 점유’ 문제다.
도로법상 도로는 교통을 위한 공공시설로만 정의되어 있어, 도로 상·하부에 타 용도의 건축물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구분상가나 아파트처럼 소유권이 분할되는 집합건물의 경우, 도로 부지 위에 소유권 관계를 설정할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
용적률 특례의 부재도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재는 지하도로를 건설하더라도 그 상부 부지에 대해 도시계획상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지하 굴착 비용을 투입하고도 상부 개발을 통해 수익을 회수할 구조를 만들지 못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공간 입체개발법’을 제정, 도로를 단순 시설이 아닌 ‘입체적 부지’로 전환하고 용적률·건폐율 완화 특례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3차원 공간 권리’를 제도화했다.
일본은 1989년 ‘입체도로제도’를 마련해 도로 상·하부를 서로 다른 용도로 점용할 수 있게 했으며, 싱가포르는 국유지법 등을 통해 지하를 지상과 분리된 독립적 소유권 단위로 관리한다.
미국은 ‘공중권(Air Rights)’ 개념을 통해 인프라 상부 개발을 활성화했다. 보스턴의 ‘빅딕(Big Dig)’ 사업은 지하도로 건설 후 상부를 공원과 상업시설로 조성해 도시 재생을 이끈 대표 사례다.
공공은 인프라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 민간은 새로운 개발 부지를 확보하는 ‘윈-윈’ 구조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M-30’ 사업 또한 지방정부가 도시계획 변경과 개발권 조정을 통해 기존 도로 부지를 대규모 녹지와 수변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도시 경쟁력을 높인 대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도로 공간을 평면적 개념이 아닌 입체적 권리로 규정하고 용적률 이전 등 도시계획 제도를 정비해 인프라와 도시를 결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입체개발의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지하도로가 열려도 상부 공간은 단절된 공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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