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골프존 상대 300억대 소송
“기능요소 넘어 창조적 개성 인정”
골프존 승소 취지 2심 파기 환송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국내외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이 실내 스크린골프연습장 업계 1위인 골프존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2심을 뒤집고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골프코스 설계도면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로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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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6일 오렌지엔지니어링과 송호 골프디자인 등 국내 설계사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설계사인 골프플랜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주심 노태악 대법관) 역시 같은 결론이 나왔다.
국내외 설계사들은 골프장 소유주와 계약을 맺고 각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이후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작하면서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약을 체결하고 각 골프코스를 재현한 영상을 포함시켰다.
그러자 설계사들은 “골프존이 각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골프플랜은 2015년 9월에, 국내 설계사들은 2018년 5월에 각각 소송을 냈다. 소가를 합치면 300억원이 넘는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각 골프코스는 저작자의 창조적인 개성이 발현돼 있어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골프코스의 창작성을 인정해 설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각 골프코스는 기능적 요소 이외에 창작성 있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골프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각 골프코스 설계도면은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기존의 골프코스 설계도면과는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용객들로 하여금 각 골프코스에서 티샷과 이어지는 샷,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와 그린에서의 퍼팅 등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 적절한 전략을 세워 코스를 공략하도록 하고 개별 홀들의 순차적인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코스의 변화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인공적인 조경이나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골프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등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ㆍ배치돼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골프코스를 이루는 여러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선택ㆍ배치ㆍ조합하는 등 다른 골프코스나 개별 홀과는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설계할 수 있으므로, 골프코스 설계에 수반되는 실용적ㆍ기능적 요소에 따라 설계자의 창작적인 표현에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설계도면의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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