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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잇는 ‘HBF 승부수’…SK하이닉스, 추론 시대 메모리 표준 선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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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26 14:11:13   폰트크기 변경      
메모리 지형이 바뀐다…HBM 강자와 낸드 강자의 결합

내년 상용화를 앞둔 차세대 낸드플래시 제품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가 10여년 후에는 주요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 연구 내용 및 기술 개발 전략 설명회에서 HBF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AI 학습(Training) 시대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HBF’로 추론(Inference)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메모리 산업의 무게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에서,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SK하이닉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밀피타스에 위치한 샌디스크 본사에서 ‘HBF(High Bandwidth Flash) 스펙 표준화 컨소시엄 킥오프’ 행사를 열고 글로벌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Open Compute Project(OCP) 산하에 공동 워크스트림을 구성해 HBF를 업계 표준으로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AI 인프라는 지금 구조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위한 학습 단계에서는 초고속·초고대역폭이 핵심이었다. 이 시장을 사실상 개척한 제품이 HBM이다. GPU 옆에 적층해 병목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AI 서버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상용 서비스 단계인 추론 시장은 요구 조건이 다르다.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환경에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지속적인 전력 효율 △총소유비용(TCO) 절감이 핵심 지표로 떠오른다. 최고 속도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개념이 HBF다. HBF는 HBM과 SSD 사이에 위치하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낸드 기반 플래시 기술에 고대역폭 인터페이스를 접목한 구조다. HBM이 ‘속도’를 책임진다면, HBF는 ‘용량과 효율’을 보완한다. 쉽게 말해, GPU와 가장 가까운 초고속 캐시가 HBM이라면, 그 아래 단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보다 빠르고 전력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중간 계층이 HBF인 셈이다.

이는 기존의 ‘DRAM-SSD’ 2단 구조에서 ‘HBM-HBF-SSD’로 이어지는 3계층 메모리 아키텍처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기술 공개 자체보다 ‘표준화’에 있다. AI 인프라는 특정 기업의 단일 제품이 아닌, CPU·GPU·메모리·스토리지를 아우르는 시스템 최적화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정 벤더 종속 구조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이 어렵다. 업계 공통 스펙이 필요한 이유다.

OCP 산하 워크스트림을 통한 공동 표준 작업은 HBF를 개별 기업의 실험적 시도가 아닌, 생태계 차원의 아키텍처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표준을 선점하면 시장 주도권도 따라온다. 과거 HBM이 JEDEC 표준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된 전례를 감안하면, HBF 역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 지위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사의 협업 구도도 상징적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기업이고, 샌디스크는 글로벌 낸드 및 플래시 기술을 축적해 온 강자다. 적층·패키징 기술과 대량 양산 경험을 결합하면, HBF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과 HBF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일 제품 공급자를 넘어 ‘종합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의 위상 전환을 의미한다. AI 추론 시장이 2030년 전후 본격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표준화 작업은 중장기 포석에 가깝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AI 인프라의 핵심은 단일 기술의 성능 경쟁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최적화하는 것”이라며 “HBF 표준화를 통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AI 시대에 최적화된 메모리 아키텍처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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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영 기자
dorothy@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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