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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하며 ‘핵보유 국가’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노선을 다시 천명했다. 다만 미국을 향해서는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 정부의 태도에 따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0~21일 열린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최강경 자세를 변함없는 대미 정책 기조로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면서도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고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미 정책 전환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북미 관계 복원의 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넘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더욱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적대 일변도’ 방침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접근에 대해서도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일축했다. 또 우리 정부를 향해 “겉으로는 기만적인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라고 규정했다.
이어 “같은 민족이라는 타성에 포로되어 절대 불가능한 화해와 통일을 이유로 계속 상대하는 것은 더 이상 존속시켜서는 안 될 착오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당대회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향후 5년간의 사업 계획을 제시한 당대회에서 '핵보유' 지위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을 핵심 과제로 재차 설정했다. 다만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는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유지해 온 것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는 압박과 동시에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기는 메시지를 발신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은 나라의 안전과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이자 강력한 안전장치”라며 압도적 국방력 유지를 위한 핵무기의 지속 생산과 전략무기 개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향후 연차별로 국가 핵무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핵무기 수를 늘이고 핵 운용 수단과 활용 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에 전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핵탄두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이를 탑재·운용할 무기체계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한미가 추진 중인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을 염두에 둔 듯, 핵잠수함을 포함한 해군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향후 5년간의 주요 과제로 △강화된 지상 ICBM과 수중 발사형 SLBM △각종 인공지능 기반 무인 공격체계 △유사시 적국 위성 공격을 위한 특수 자산 △지휘 중추 마비를 위한 전자전 무기체계 △고도화된 정찰 위성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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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
그는 미국을 향해 “관습적으로 우리에게 해오던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대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비례성 대응에 일관할 것이며 그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조미(북미) 관계의 전망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평화적 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대남 공격용 전력 또한 일일이 열거했다. 김 위원장은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작전전술미사일 종합체 등을 거론하며 “연차별로 증강 배치해 집중 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 억제력의 핵심 부문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두 국가’ 기조에 대해서도 “조선반도에 존재해온 비정상적인 관계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고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이라며 “불변한 원칙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남부 국경 지역의 모든 연계 통로와 공간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법률적·행정적 조치를 연이어 강구했다”고 밝혀, 휴전선을 사실상 ‘국경선’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제도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나라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심 전략 무기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3월 말~4월 초로 거론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과거 남측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가 결실을 맺지 못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상당 기간 ‘대남 패싱’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남북이 서로 적대와 대결의 언행을 자제하고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평화적 공존과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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