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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은 국가 대항전… 韓 시스템 점유율 2% 벽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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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03 05:40:12   폰트크기 변경      
[인터뷰] 김경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

메모리 편중된 산업 구조 체질 개선 시급… 서버 넘어 온디바이스ㆍ엣지 AI로 전선 확대

“팹리스 경쟁력은 수요기업과의 결속이 핵심… 국내 검증 거쳐 글로벌 영토 확장할 것”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제3대 협회장 기자간담회에서 김경호 신임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반도체는 이제 국가 어젠다 중 가장 중요한 축입니다. 미·중 갈등 이후 각국이 자국 내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면서 경쟁은 산업을 넘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건 전쟁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김경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긴박한 상황을 이 같이 진단했다. 김 회장은 삼성전자, 코아시아세미, 어보브반도체 등에서 30년 넘게 설계와 사업을 진두지휘한 국내 1세대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지난달 23일 전국 140여 팹리스 기업을 대변하는 제3대 회장에 선출됐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메모리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약 75%는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메모리의 3배에 달한다”며 “한국은 메모리에서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 점유율은 수년째 2% 안팎에 머물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 선도 기업과의 체급 차이도 뼈아픈 현실이다. 김 회장은 “엔비디아 한 곳의 시가총액이 6000조원에 육박하는 시대인데, 국내 상장사 전체의 시총을 합해도 그 발끝에 미치지 못한다”며 “메모리 1위의 환상에서 벗어나 설계(팹리스)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임기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AI 반도체의 산업 적용 확대’를 꼽았다. 특히 최근 기술 트렌드가 거대 데이터센터용 서버 칩을 넘어, 우리 주변의 기기에서 직접 연산이 이뤄지는 ‘온디바이스 AI’와 실제 물리적 환경을 제어하는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서버용 AI 반도체는 자본력을 갖춘 일부 대표 기업이 상용화 트랙을 타야 할 영역이라면, 엣지(Edge)와 온디바이스 영역은 중소 팹리스들이 정부의 AI 전환(AX) 과제 등을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이 각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 기능을 접목해 실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협회의 핵심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팹리스들이 겪는 고질적인 애로사항인 ‘수요처 확보’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팹리스가 IP(설계 자산)나 EDA(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요기업과의 결속’이라고 단언했다.

“국내 수요기업의 충분한 검증 없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는 것은 도박과 같습니다. 세트 업체(수요기업)가 필요로 하는 사양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기획하고, 국내에서 테스트를 거쳐 안정성을 확보해야 글로벌 고객사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레퍼런스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정책 과제와 기업을 정밀하게 매칭하고, 수요기업-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OSAT)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와의 정책 소통을 통해 제도적 지원이 현장 팹리스의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되도록 ‘가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AI 반도체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빠르게 산업 현장에 기술을 적용하느냐의 속도 싸움”이라며 “국내 팹리스의 기술력이 숫자로 증명되고,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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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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