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민기 판사 1순위… 대법은 반대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 변수
“부부가 사법기관 최고위직” 논란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노태악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후임 인선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왜곡죄ㆍ재판소원 도입과 대법관 증원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를 둘러싼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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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악 대법관(오른쪽)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노 대법관은 3일 퇴임식에서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대법관이 후임 후보자가 제청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노 대법관의 후임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되는 첫 대법관으로, 향후 대법원 구성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가 최종 후보로 낙점될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21일 서울고법 윤성식 부장판사와 김민기ㆍ박순영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군으로 추천했다.
문제는 기존에는 후보군 추천 이후 빠르면 2~3일에서 길어도 2~3주 안에 최종 후보 제청이 이뤄진 반면, 노 대법관 후임 인선은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대법관 인사는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 간에 물밑 조율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보 제청을 두고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김 판사를 ‘1순위’로 밀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강성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김 전 대법원장의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 판사의 남편은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원 재판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도입이 확정될 경우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부부가 양대 사법기관의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재판관은 판사 시절 대법원 선임ㆍ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지내는 등 ‘재판 실력으로는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다’는 평을 받았지만,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이른바 ‘와이프 리스크’ 때문에 윤석열 정부 시절 대법관에 오르지 못했다.
여권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 제청 권한이 있지만,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에 이은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A부장판사는 “헌법상 임명 제청 절차를 거쳐야 국회 임명 동의 절차도 밟을 수 있다”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권도 헌법상 권한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B부장판사는 “여권이 대법원장 사퇴 압박용 수단으로 이 모든 걸 던지는 것 같다”며 “전체 판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카드를 이렇게 쉽게 던지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하는 상황이라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청와대와의 의견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당장 노 대법관 후임 제청이 이뤄지더라도 인사청문회 등 국회 임명 동의 절차에만 한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관 공백 사태는 한동안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노 대법관이 몸담았던 기존 대법원 1부는 당분간 3명으로 운영된다. 새로운 사건은 다른 대법관들이 나눠 맡아야 해 그만큼 업무 부담도 늘어난다.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상고심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되는데, 대법관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 찬반 의견이 6대 6으로 팽팽하게 나뉠 경우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구조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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