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슈퍼 주총데이…집중투표제 태풍의 눈
주주 친화 경영 vs 경영 효율성 저하 ‘동상이몽’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한다. 올해 주총은 단순한 연례 행사를 넘어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의 근본적 재편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키우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앞두고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은 오는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동국제약이 포문을 열며 시작된다. 이어 23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24일에는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지씨셀 등 셀트리온 삼형제와 제일약품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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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5년 3월 25일 열린 셀트리온 제3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 셀트리온 제공 |
가장 많은 기업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는 26일이다. 이날 종근당홀딩스, GC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개최하며 월말인 31일 보령을 끝으로 이번 시즌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1차 상법 개정안에 따른 정관 정비다. 이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 선임 비율을 3분의 1로 확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 적용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기업이 기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한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의무 선임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들은 이제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갖게 됐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2차 개정 상법의 핵심인 집중투표제다. 이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분리선출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를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때 주당 의결권을 선임 예정 이사 수만큼 부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장치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는 주총에서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의 의결권을 갖게 되며 이를 한 명의 후보에게 집중 투표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정관을 통해 이 제도를 배제해왔으나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를 정관으로 제한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현재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으며 대웅제약과 HK이노엔도 곧 제도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은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안건이 통과되면 내년 주총부터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에 맞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실질적인 길이 열리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 그간 폐쇄적이었던 이사회 구성 과정에 주주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경영진은 우려의 기색이 역력하다.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대형사의 경우 특정 외부 세력이 집중투표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이사회에 입성할 경우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 결정이나 신속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데 이사회 내 이해관계 충돌이 잦아지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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