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정유업계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절반 이상인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계 전반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11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마무리 수순(the war is very complete)이라고 생각한다”는 전쟁 종료 암시 발언과 G7의 전략비축유 공동방출 검토 소식으로 80달러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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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중동 사태 경제 대응 TF’ 1차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국제 유가가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고유가 상황은 여전하다.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공급 차질이 길어질 상황을 대비하는게 급선무다.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중국 38%, 인도 15%, 한국 12%, 일본 11%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 원유의 절반 이상이 중동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 1월 한국석유공사 기준으로 국내 원유 수입량의 71%는 중동산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업체는 공급 차질 장기화 변수, 생산설비 가동률 조정 가능성 등 리스크 대비에 나섰다. 참고로 에쓰오일은 지난해 전체 원유의 대부분인 95%정도를 중동에서 들여왔고, HD현대오일뱅크는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각사마다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원유 수급 상황, 선박 운항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묶여 있는 유조선 7척이 선박당 최대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석유 소비량 일주일치가 제때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보름 뒤인 24일쯤 중동산 원유 수송이 끊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정유 설비 일부가 가동중단(셧다운)할 가능성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각 공장에 비축 분량이 얼마인지, 공정 상황은 어떤지 등을 살피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장에 비축분을 파악하고 있다. 이후에 재고 관리와 선적 일정 등을 조정할 것”이라며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나 남미에서 원유 수입을 다각화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도 사태 진정을 위해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등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이날 중동 사태 경제대응 TF 회의를 열고 대책을 강구했다.
국내 석유 비축 물량은 한국석유공사의 전략비축분 1억200만배럴과 민간 정유사의 의무비축분 9000만배럴 등 모두 1억9200만배럴 가량으로 추산된다. 평상시 소비 기준 석유비축 지속일수는 약 208일로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일본 등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당정은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600만배럴 도입을 확정했으며, 국내에 비축된 외국 정유사 원유 680만배럴에 대한 우선 구매권 행사 검토에 착수했다.
산업부 측은 “해외 정유사와 함께 국내 공동비축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중”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별도 루트를 통한 추가 물량 확보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유가 흐름에 따른 산업계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제 유가가 150달러를 넘기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p) 하락한다고 관측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 수출이 0.39%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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