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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처방’ 석유 최고가격제…기준ㆍ방식ㆍ재정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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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0 16:41:56   폰트크기 변경      

산업부, 대통령 지시 후속조치 착수…97년 가격 자유화 후 처음
당황한 정유업계, 판매거부ㆍ이중가격 등 부작용 우려 제기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판./ 연합 제공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정부가 고유가 영향 최소화를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꺼내 들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조치 이후 29년 만에 부활하는 강력한 통제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석유 제품에 대한 최고가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고가격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서자 ‘극약 처방’을 내린 셈이다.

먼저 방법론을 놓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물가안정법) 제2조에 따라 유류 판매가격의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는 있으나, 어떤 기준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하고 판매업체의 손실분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1월 석유 가격 자유화를 시행한 후 민간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해 왔기 때문에 참고할 사례나 가이드라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단일가를 적용할지, 아니면 지역 및 유종별(휘발유ㆍ경유ㆍ등유 등)로 차등을 둘지도 관건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의 유류 판매가격은 위치ㆍ설비 연식ㆍ운영체계에 따라 상이한데, 이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불확실하다. 정유업체ㆍ주유소의 손실분 책정과 재정 투입 방식 또한 새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유가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최고가제는 이례적인 극약처방”이라며 “최고가 설정 기준과 지역별 차등 방식 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관련 논의를 진행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현행 자원안보위기 경보 체계와의 정합성 논란도 제기된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상 위기단계는 총 4단계(관심ㆍ주의ㆍ경계ㆍ심각)로 구분된다. 현재는 가장 낮은 ‘관심’ 단계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고가제와 같은 강력한 시장 개입은 ‘심각’ 단계에서나 검토될 법한 조치인데, 벌써부터 ‘전시(戰時)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최고가를 임의로 설정할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가 이윤 악화를 우려해 공급을 줄이거나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또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는 이중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고객이 상품을 구하기 힘들어지고 이중가격이 형성된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나오는 기본 이론”이라며 “전통적으로 유가 폭등 시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가격을 관리해 왔는데,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려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지난주 최고가제가 시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제 막 정부와 관련 제도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였다”며 “갑자기 이번주 중 시행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주 중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고시 제정 절차에 착수했고, 준비를 마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고유가가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적용 중인 인하율은 각각 7%와 10% 수준이다. 국내 유가 구성의 절반가량이 세금인 점을 고려할 때, 인하 폭을 확대할 경우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속 조치는 2주 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비상 상황을 대비한 비축유 방출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는 약 208일 사용분으로 파악된다. 과거 비축유 방출은 2011년 리비아 사태, 2022년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섯 차례만 시행됐을 정도로 신중한 사안이다.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비축유 카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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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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