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개 하청노조, 221개 원청에 신청
건설노조, 현대건설 등 90개소에 교섭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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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김기봉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첫날 8만1600명의 하청 노조원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청의 교섭 요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원청 사업자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사의 경우 발주처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받는 ‘위아래 압박’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ㆍ3조 개정법률(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10일 20시까지 총 407개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장 221개소에 교섭을 요구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의 357개 하청 노조가 218개 원청에 교섭 요구서를 발송했다. 참여 노조원은 6만7200명이다. 산별노조로는 건설산업연맹 1만7000명이 현대건설 등 90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신청했다. 금속노조 9700명은 현대자동차ㆍHD현대중공업ㆍ한화오션 등 16개사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밖에 콜센터ㆍ대학교 청소 부문ㆍ우정사업본부 등에도 교섭 요구서가 발송됐다.
한국노총에선 42개 하청 노조가 9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참여 조합원은 9200명으로, 대상 원청은 포스코ㆍ쿠팡CLS 등이다. 양대 노총에 미가입한 하청 노조 5100명도 서울시ㆍ경기도ㆍ한국공항공사에 교섭을 신청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법이다. 사용자는 교섭 요청을 받으면 7일 이내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 10일에만 한화오션ㆍ포스코ㆍ부산교통공사 등 5개 원청 사업장이 이 사실을 공고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 첫날 집계한 수치는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파악한 자료라 실제 건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국내 전체 조합원 270만명 중 약 3% 정도만 신청했기 때문에 앞으로 교섭 요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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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한 건설현장./ 대한경제DB |
하청노조 파업으로 공기 지연돼도
발주처 지체상금 청구 막기 힘들어
전날 교섭 신청 하청노조원
5명 중 1명 건설노조 소속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건설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11일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원청 사업자에 교섭을 신청한 하청 노조원의 20%가 건설노조 소속이다. 특히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건설사들은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와 함께 발주처의 지체상금 청구라는 두 가지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처지’에 몰리게 됐다.
현재 공공 발주처의 사용자성 인정에 관한 법률적 기준은 부재한 상태다. 노란봉투법상 사용자는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만 명시하고 있어서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공 발주처의 사용자성에 대해) 법은 명확히 선을 긋고 있지 않다. 사용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실질적 지배결정 구조를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공공 발주처의 사용자성 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찰조건 및 계약조항을 수정해 사용자성 판단 과정을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조건에 임금이나 채용, 근로조건 등을 일부러 상세히 규정하지 않는 이상 발주처의 사용자성 인정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경우 원청인 건설사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야 한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불응 시 부당노동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섭 테이블에 앉더라도, 교섭이 결렬되면 하청 노조가 파업 등 노동쟁의를 할 수 있다. 원청은 하청 노조의 쟁의행위로 공사지연이 발생하더라도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구조다.
반면 원청 건설사는 발주처로부터는 공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청구를 피하기 힘들다. 노동쟁의에 따른 공기지연과 지체상금 청구는 발주처와 원청, 협력업체 간 계약관계에 따른 문제라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건설현장은 당장 비상에 걸렸다. 협력사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뒤 교섭이 결렬되면 이를 빌미로 현장을 멈춰 세울 가능성이 큰데, 대응방안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외주팀장은 “종합심사낙찰제 등 입찰 구조상 노란봉투법에 따른 리스크를 입찰가에 반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최저가입찰로 진행되는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선 하도급 단가 상승요인이 다분하다”며 “위ㆍ아래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선 제조ㆍ서비스업 하청노조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시행 이후엔 건설현장의 피해가 가장 클 것 같다”며 “공공 발주사업은 2∼3% 수익률로 낙찰받는 경우도 많은데, 앞으로 사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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