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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와 갈등 못 넘었다”…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연임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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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3 24:55:19   폰트크기 변경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 새 수장으로 거론 53년 역사상 첫 외부 수장
한미사이언스, 12일 이사회서 박재현 대표 교체 방향 논의…오는 31일 주총이 분수령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 모녀가 지지해 온 박재현 대표이사의 연임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경은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간의 복잡한 갈등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현재 한미약품에서는 박재현 대표를 비롯해 박명희 이사, 김태윤 감사위원장, 윤영각 감사위원, 윤도흠 사외이사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사내이사)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장(사내이사) ▲채이배 전 국회의원(사외이사)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고 김태윤 감사위원(사외이사)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는 지주사 이사회가 사실상 박 대표를 배제하고 대표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새 한미약품 대표 후보네 오은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거쳐 2025년 벤처캐피털 HB인베스트먼트의 사모펀드(PEF) 본부장으로 영입된 금융·투자 전문가다.

황 대표 선임이 확정되면, 한미약품은 창사 53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영입 인사가 경영을 맡게 된다. 그동안 한미약품의 수장을 맡아온 이관순, 우종수, 권세창, 박재현 등 전·현직 대표들은 모두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공유하며 수십 년간 회사 내부에서 성장한 ‘한미맨’이었다.

이번 인사 논의 배경에는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간의 복잡한 갈등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박 대표 연임을 강하게 반대해왔고, 한미사이언스 지분 41.42%를 보유한 지주사의 의결권이 한미약품 주총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구조상 박 대표의 거취는 결국 지주사 이사회 결정에 달려 있다.

박재현 대표는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 모녀가 지난 형제와의 갈등 때부터 지지해온 인물로써 2022년 1조3315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조4955억원으로 10% 이상 성장시켰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81억원에서 2162억원으로 40% 가까이 끌어올리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말 불거진 사내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점화됐다. 지난해 12월 팔탄공장 임원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에서, 박 대표가 중징계를 추진하자 신 회장이 이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해당 임원은 징계 해임이 아닌 자진 퇴사 형식으로 처리돼 경쟁사로 이직했다. 이에 반발한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릴레이 집회를 열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박 대표는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임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대주주 측이 제기한 ‘연임 청탁설’에 대해 “인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밝히며 신 회장과의 갈등을 공개 대응으로 맞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한미사이언스 4자연합(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 파트너스)의 분열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송 회장 모녀 측은 지난해 9월 신 회장을 상대로 6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신 회장 보유 주식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했다. 주주 간 계약 위반이 이유다. 2025년 6월 5일 이사회에서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추진이 결의됐으나, 사흘 후인 6월 9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번복됐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송 회장 측 변호인은 “하기로 해놓고 다음 날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상도덕과 계약에 반한다”며 600억원의 위약벌 청구 근거가 주주 간 계약에 사전 약정된 금액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다만 첫 변론기일인 12일 송 회장 측은 이번 소송이 곧바로 연합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사회 결정과 별개로 소수 주주들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시선이 주총 표 대결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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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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