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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 ℓ당 172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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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12 19:29:32   폰트크기 변경      

석유 최고가격제 29년 만에 시행


정유사 납품가만 규제

주유소 판매가, 자유가격 유지


소매 유통업체 마진만 높일 가능성도 


연합 제공.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정부가 국내 석유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유사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납품하는 도매 공급가를 규제한다. 하지만 소매 단계인 주유소 판매가격은 자유가격제가 유지되는 구조라 실제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산업통상부는 13일 새벽(00시)부터 정유사의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을 ℓ당 1724원으로 제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최고가격은 기준가격(중동사태 전 평시에 형성 가격)에 국제 석유제품가격(MOPS) 변동률을 곱하고, 제세금을 더해 산출됐다. 12일 기준 정유사의 휘발유 평균 공급가(1833원) 대비 ℓ당 109원 낮아진 가격이다.

정유사의 공급가 규제는 휘발유를 포함해 경유ㆍ등유까지 포함한다. 경유의 최고가는 ℓ당 1713원, 등유는 1320원으로 설정됐다. 전날 평균 공급가 대비 각각 218원, 408원 저렴한 가격이다.


단, 해상 운송으로 별도의 운송비용이 소요되는 도서 등 특수지역은 5% 이내 범위에서 별도 최고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 했다.

최고가격의 조정 주기는 2주로 설정됐다. 가격 안정효과와 유가 반영 시차, 정부 부담 등을 종합 고려해 2주마다 가격을 재설정하기로 했다.


1997년 석유 가격 자유화 이후 처음 시행되는 최고가격제는 석유사업법 23조에 근거한다.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정제업자·수출입업자 또는 판매업자에게 최고액을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역별로 가격이 크게 차이나고, 경영전략과 운영방식 등이 상이해 일률 규제가 곤란하다”며 “정유사의 공급가가 제한되면 주유소의 판매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석유류 제품의 수출제한도 발동된다. 최고가격 적용 품목은 국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 수출 가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내 물량을 수출로 전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작년 같은 기간 100%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유사의 가격 제한으로 인한 손실은 사후정산한다. 이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발생한 손실을 정유사가 입증해 청구하면 정부가 보상하는 방식이다. 분기별 정산을 원칙으로 하며, 보상 재원ㆍ규모 등은 조만간 별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의 최고가격제가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가를 제한하더라도, 소매단의 주유소 가격을 통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선 과거 20여 년간의 주유소 유통가격 및 마진 통계를 바탕으로 가격 상승이 과도하거나 매점매석이 의심되는 주유소에 대해 엄정 관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급가와는 별개로 판매가격을 얼마로 정할 지는 개별 주유소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어느 정도 가격이 과도한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보통 정부의 가격 통제는 소매가격에서 이뤄진다. 정유 공급가만 규제하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최고가격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방식은 소매 유통업체(개별 주유소)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들이 최종 소매가를 결정하는데, 이 가격에 대한 통제는 정부 권한을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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