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노조, 국민연금 ‘미행사’ 결정에 총파업 경고
사측은 “경영 연속성 인정…美 제련소 긍정 평가” 해석
MBKㆍ영풍 “사측 후보 0명 지지…사실상 부정 평가”
|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을 두고 “약탈적 사모펀드에 세계 1위 제련소의 열쇠를 쥐여준 매국적 방관”이라며 규탄했다.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노동조합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미행사’를 결정한 것을 비판했다. 이번 결정이 MBK파트너스 측 인사들에게 이사회 진입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책위는 전날 회의에서 오는 24일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최윤범 사내이사 외에 황덕남 사외이사, 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도 미행사를 결정했다. 김보영ㆍ이민호 감사위원 후보에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을 사유로 명시적 반대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 등 나머지 안건에는 모두 찬성을 결정했다.
이번 주총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수책위는 집중투표 의결권을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기타비상무이사와 MBKㆍ영풍 측이 추천한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최병일ㆍ이선숙 사외이사에게 2분의 1씩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최 회장 측 후보에는 표를 행사하지 않아 사실상 재선임에 반대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의결권 4.9%를 보유한 캐스팅보트다. 영풍ㆍMBK 연합(의결권 42.1%)과 최 회장 측(38.8%)의 격차가 3.3%p에 불과해 국민연금의 표 행사 방향이 주총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노조는 이러한 결정에 홈플러스 사례를 거론하며 따졌다. 성명서에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알짜 점포를 팔아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며 “국민연금은 그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도 무엇을 배웠느냐”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을 또다시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자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4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경영진의 공로는 외면한 채 투기자본 논리에 휘둘린 편파적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MBK 최고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범죄 혐의가 있는 세력에게 세계 1위 제련소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 우려도 제기했다. 노조는 “고려아연은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MBK가 경영권을 장악하면 수십 년간 쌓아온 독보적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국민연금에 미행사 결정 즉각 철회를, 정부에는 의결권 행사 지침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고려아연 사측은 같은 날 입장문에서 국민연금이 정관 변경과 재무제표 승인 등 대부분 안건에 찬성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특히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크루서블JV) 관련 후보에 의결권 절반을 행사한 것을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건설의 성장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머지 50%를 신규 이사 후보들에게 분배한 것에 대해서는 “이사회 다양성 강화를 위한 균형적ㆍ중립적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MBKㆍ영풍 측은 “국민연금은 최 회장을 포함해 회사 측 후보 단 한 명에게도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현 경영체제에 대한 사실상의 부정적 평가”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도 자사주 매입 후 유상증자 추진,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의 이사회 패싱 등을 거버넌스 문제로 지적했고, 한국ESG기준원 역시 최 회장 재선임과 감사위원 재선임 모두에 반대를 권고했다고 영풍 측은 강조했다. MBKㆍ영풍은 “이번 주총이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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