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기술용역 낙찰하한율 23년 만에 인상] ②대형 기술용역, 여전히 시설공사보다 7%p 낮아…체감효과 '글쎄'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6-03-23 06:00:50   폰트크기 변경      
23년만에 상향…업계 반응

소규모 구간, 시설공사와 동일해져
중규모 구간도 격차 2%p로 축소
10억 이상은 인상 후에도 81%대
'수주해도 손해' 구조 유지될 듯


[대한경제=최지희 기자]공공 기술용역 낙찰하한율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상향 됐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20일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술용역 전 구간 낙찰하한율을 2%p 끌어올렸다.


소규모 구간은 89.745%까지 올라 시설공사와 나란히 섰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ㆍ대한건축사협회 등 업계가 꾸준히 요구한 용역대가 현실화를 일부 수용한 결과다.

22일 건축ㆍ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이번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을 두고 ‘허탈감’이 팽배하다. “상향 자체는 반길 일이지만, 23년을 기다린 결과물치고는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설공사 낙찰하한율과 비교하면 제도적ㆍ구조적 모순은 더욱 선명해진다. 규모가 커질수록 공사와 기술용역의 격차가 벌어지고, 10억원 이상 대형 기술용역 구간에 이르면 공사 대비 최대 7%포인트(p)의 역전 구조가 고스란히 남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역전 구조가 단순한 수치 불균형이 아니라, 기술용역의 본질을 ‘오독한’ 제도 설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번 상향으로 소규모 기술용역(고시금액 2억3000만원 미만)은 시설공사와 동일한 89.745%에 도달했다. 23년 만에 겨우 따라잡은 수치로, 표면상 형평성은 확보된 셈이다. 5억~10억 중규모 구간도 87.745%로 오르며 공사(89.745%)와의 격차를 2%p로 좁혔다.

격차가 극대화되는 지점은 10억원 이상이다. 인상 후에도 기술용역은 81.995%에 머무는 반면 같은 구간대 시설공사(10억원 이상 ~ 50억원 미만)는 88.745%다. 국가 핵심 인프라 설계를 담당하는 대형 기술용역이 시설공사보다 낙찰하한율이 약 7%p 낮은 셈이다.


2024년 기준 중소기업 평균 제조원가율(88.58%)과 비교해도 대형 기술용역 하한율은 6.6%p나 밑돈다. “수주를 따내도 원가를 건지기 어려운 구조”가 이번 인상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대형 엔지니어링사 대표는 “10억 이상 기술용역에서 낙찰하한율 2%p 인상은 현장에서 체감이 없다”며 “82% 수준의 덤핑 입찰이 여전히 가능한 구조에서 대형사 간 저가 수주 경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소규모 구간은 공사 수준까지 올려놓고, 정작 수석 건축사같은 최고급 인력이 집중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 구간은 81%대에 묶어놓은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기술용역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업 임의로 투입 인력 등급을 낮출 수도 없는데, 이런 구조적 한계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역전 구조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 논리를 그대로 이식한 결과다. 그러나 시공과 달리 기술용역은 인건비 비중이 전체 사업비의 80∼90%에 달하는 순수 지식 서비스다.


시공의 경우 대형화될수록 투입되는 자재ㆍ노무ㆍ장비 등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기술용역은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오히려 단가가 높은 고급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대형 기술용역에서 시공과의 격차가 줄어야 ‘상식적’인데, 오히려 벌어진 셈이다.

하한율 외에 인건비 상향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업계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사ㆍ고급기술자 임금은 매년 3~5%씩 오르고 있다. 2003년부터 누적된 인건비 상승분을 이번 하한율 2%p 인상으로 메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ㆍ인건비에 따라 하한율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했는데 허탈하다. 제도가 시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업계가 한계에 몰렸을 때까지 최대한 버텼다가 찔끔 올려주는 정책 관행이 반복되는 느낌”이라며 “이래서 정부가 외치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상향을 두고 “또 다른 23년 동결의 시작”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하한율 상향은 수년간 누적된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향후 시장 여건과 원가 변화를 지속 모니터링해 추가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경제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