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 수입 차질이 국내 건설자재 공급망을 흔들고 있다. 원유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에틸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를 혼화제로 쓰는 레미콘의 생산 차질로 번지는 양상이다. 원유 1배럴당 나프타 생산 비중은 24% 안팎이며, 나프타를 NCC(나프타분해센터)에 넣으면 보통 31% 안팎의 에틸렌이 생산된다. 원유 공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국내 나프타와 에틸렌 재고는 수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 여파로 레미콘과 단열재, 아스콘 등 일부 자재는 이미 공급 중단에 직면했거나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나온다.
건설산업이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정부가 수급 관리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천재지변, 국제통상여건의 급변 등에 대비한 법적 장치인 ‘긴급수급안정화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산업 우선순위를 감안해 재고를 재배치하고 수출 물량을 국내 소비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당장의 시장 혼란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총량 부족의 문제점이 특정 고리에서 먼저 드러나는 구조에선 물량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긴급조정은 어디까지나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총량 부족까지 해소할 수는 없다. 특정산업에 우선 공급하게 되면 다른 산업에 타격이 가고 시장 왜곡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를 오래 끌 수는 없는 이유다. 긴급조정의 법적 시한이 ‘5개월 이내’로 규정돼 있는 것도 ‘비상 조치’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책의 중심은 배분 조정보다 ‘추가 확보’로 옮겨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태의 시작점인 원유 물량 확보를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공급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에틸렌 생산 원료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셰일가스 기반 에탄과 LPG 도입 가능성도 모색할 만하다. 국내 산업이 나프타를 원료를 쓰는 NCC 중심이어서 단기간 전환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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