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중동 분쟁 장기회에 따른 ‘나프타(납사) 쇼크’가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나프타 수급이 한계에 이르면서 에틸렌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 조선, 가전, 뷰티ㆍ푸드 등 산업 전반으로 연쇄 충격이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지난달 27일 국제 나프타 가격은 톤당 633달러에서 이달 20일 1141달러까지 치솟았다. 무려 93%나 급등한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에틸렌 재고량은 이미 위험 수위인 2주 분량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이번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부터는 가동률 추가 하락과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맨 오른쪽)이 작년 9월19일 오후 울산 남구 석화 산업단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운영현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산업부 제공 |
△車ㆍ조선ㆍ가전까지 제조업 확산 ‘경고등’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합성고무(폴리머) 등 대부분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다. 자동차에서는 차량의 경량화, 연비 향상, 소음 감소를 위해 내외장재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쓰인다.
국내 자동차 및 부품 생산 업계는 현재까지는 에틸렌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다면서도 향후 수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타이어 업계도 “계약된 원재료 업체 측에서 아직 재고 등에 문제가 없다고 전달받았다”며 “중장기적인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중”이라고 했다.
조선업의 경우 선박 철판을 가공하거나 절단할 때 에틸렌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의 에틸렌 재고는 지난주를 기준으로 이르면 1주, 길게는 1개월 안에 소진될 수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15일 화학협회와 조선협회간 화상 협의를 주선해 에틸렌 긴급 물량 공급 방안을 마련하면서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해소된 상황”이라며 “추가 물량을 받아 생산 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전자업계 역시 영향권이다.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등 가전제품 외장에 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 등이 사용돼 에틸렌 공급이 줄어들 경우 원가 상승 및 납기 지연 가능성이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상황이 길어질수록 소재 단가 상승과 생산 일정 영향이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뷰티ㆍ푸드업계도 ‘비상’…비닐ㆍ포장재 수급 차질
비닐봉지, 포장지, 용기 등을 만드는 플라스틱 가공업체도 어려움에 처했다. ‘4월 생산 중단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추후 이들로부터 포장지나 용기 등을 납품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뷰티ㆍ식품업계에도 직ㆍ간접적 여파가 예상된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 등 대체 공급망을 확보할 경우 운송 기간 단축 등 측면에서 대응 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입하면 4일이면 들여올 수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 등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플라스틱 가공업계의 4월 생산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뷰티ㆍ푸드 산업도 사태를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몰이중인 K-뷰티ㆍ푸드가 자칫 원료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 누적으로 성장세가 꺾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화장품 업계는 용기와 포장재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일부 기업은 재고를 확보해 단기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중소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도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라면 봉지나 스낵 포장지, 음료ㆍ생수 페트병 등 대다수 식품 포장재의 주원료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대형사는 통상 2~3개월치 재고를 확보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시 원재료 수급 차질과 납품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납품단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 인상 여력이 크지 않아,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납품단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나,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비용 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는 만큼, 소비 절감과 공급망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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