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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ㆍ우 전쟁보다 심각”…중동발 ‘에너지 쇼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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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23 17:48:13   폰트크기 변경      

석유화학ㆍ조선ㆍ기계 등 산업 전반 영향…대중동 수출도 반토막

천연가스 현물가 2배 급증…한전, 정산비 증가 우려


그래픽: 김기봉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중동 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에너지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부 중동상황대응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3.5달러로 미국의 이란 공습 전인 지난 2월27일 대비 56.6% 급등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20일 종가 기준 158.85달러를 찍으며 브렌트유와의 격차를 역사상 최대치로 벌렸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현물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뛰고 있다. 이는 국내 전기요금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 폭등은 실물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인 나프타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으로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으며, 조선업계는 강재 절단용 에틸렌가스 재고가 한달치 미만으로 떨어져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이밖에 시멘트ㆍ레미콘ㆍ수성도료 등 건축용 제품군뿐 아니라 펄프ㆍ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군 전방위적으로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수출 전선도 비상이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대중동 수출은 전년 대비 49.2% 급감했다. 카타르로 인도 예정인 LNG 운반선 27척은 인도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기계업계는 선박 확보가 어려워 ‘불가항력 조항’ 검토에 들어갔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재 유가 상승 속도는 러ㆍ우 전쟁 당시보다 가파르다”며 “그동안 수요자 중심이던 가스시장도 공급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크다. 담당 부처와 함께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기계약 물량도 유가 따라 가격 영향
한전, 부채 118조원…전기료 상승도 어려워


급등한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천연가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지 스폿가격으로 거래되는 현물시장은 가격이 2배 이상 뛰었고, 장기계약을 통해 들여오는 물량 또한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만큼 순차적으로 천연가스 수입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23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아시아 천연가스 가격 지표(JKM)는 10.70달러/백만Btu에서 이달 20일 22.73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JKM은 아시아 지역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현물시장 지표로,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ㆍ일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셰일가스 비중이 높아 영향이 적은 미국 헨리허브(HH) 가격이 2.86달러에서 3.10달러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픽: 한슬애 기자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9일 이란이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을 폭격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국제 LNG 공급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사드 알 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는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LNG 수출 능력의 17%가 중단됐으며, 그 영향이 최대 5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연간 4600만t의 LNG를 수입하는데, 이 중 카타르 물량은 600만t 수준이다. 이외 물량은 호주ㆍ미국 등에서 들여온다. LNG는 -162℃ 액화 상태로 보관ㆍ운송하고, 대부분 곧바로 기화해 소비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법적 의무 비축량이 9일 정도로 짧지만, 이미 확보된 장기계약 물량으로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LNG 생산 인프라는 새로 건설하는데 약 3년이 걸리는데, 카타르가 5년 영향을 말한 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다행이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LNG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라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천연가스는 장기계약을 맺더라도 국제유가 지표와 연동되는 구조다. 천연가스 가격은 1∼6개월 평균 유가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급등한 유가가 순차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천연가스 가격은 국내 전력도매가격(SMP)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국내 전력시장 특성상 LNG발전기가 전력도매가(SMP) 대부분을 결정한다. LNG발전 비용이 늘어나면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력 구입비가 증가하고,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1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누적 부채는 여전히 118조원에 달한다. 러시아ㆍ우크라니아 전쟁 당시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또다시 찾아온 셈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2022년엔 천연가스만 문제였으나, 지금은 유가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산업계 생산원가가 올라가고 있어 전기료 인상도 어렵다”며 “한전도 부채가 쌓일 대로 쌓여 여유가 없다.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골치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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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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