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사 이사 정원 축소 추진
기존 이사회 통제권 강화 차원
일반주주 보호 상법 개정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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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개별 주주가 선출되는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가 오는 9월 시행되는 가운데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정원 축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수 상장사가 집중투표제와 연결돼 있는 이사 정원 축소 안건을 주총에 올렸는데, 최종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이사 정원이 줄면 집중투표제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사회 통제권을 둘러싼 싸움이 표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인 카카오페이는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이사 수를 3명 이상 7명 이하로 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카카오페이 정관에는 이사 수가 3명 이상으로 돼 있었는데 상한선이 설정된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롯데케미칼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는 3명 이상 9명 이하로 한다는 내용을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기존 롯데케미칼의 이사의 수 범위는 3명 이상 11명 이하였다. 이사 상한선이 11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이 이사 수 상한을 도입하거나 상한선을 줄인 것은 집중투표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집중투표제는 개별 주주에게 선출되는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특정인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지분이 많지 않은 일반주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의 이사회 진입을 늘릴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에 도입이 의무화됐고,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이사 수가 줄면 집중투표제 효과는 약해질 수 있다.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표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사 수 상한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주주들이 무산시킨 곳도 있다. 효성중공업은 기존에 16명 이내로 돼 있던 이사 수 상한을 9명으로 대폭 축소하는 정관 변경안을 지난 19일 주총에 올렸는데, 부결됐다. 이사 수 상한 설정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효성중공업은 출석 주주 58.8%의 동의를 얻는 데 그치면서 출석 주주 의결권 기준에 미달했다.
관심은 GS(26일)와 한진칼(26일), 태광산업(31일) 등 이달 예정된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축소를 추진하는 주요 상장사들에게 쏠린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정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마련한 상장사는 코스피200에 상장사 중에서만 25개사에 이른다. 이사 수 상한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효율적 이사회 운영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의 이사회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일종의 꼼수로 보는 시각도 많다.
올해 주총에서는 고정된 이사 임기를 유연하게 하려는 정관 변경 시도도 적지 않은데, 집중투표제 요건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효과를 줄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결국 일반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이 이사 수 상한 축소나 임기 변경과 관련한 정관 변경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효성중공업의 정관 변경 시도에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일반주주 권익에 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 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주주 보호라는 지난해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들이 이사회 통제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시도가 올해 주총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사 임기를 분산하거나 이사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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