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로 이사 5명 선임…9대5 재편
프로라타 논란에 소송전 비화 가능성도
크루서블JV의 캐스팅보트 역할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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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강주현 기자] MBK파트너스ㆍ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1년 반째 이어오고 있는 고려아연이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을 지켜냈다. 다만 양측 이사 수 격차가 종전 7석에서 4석으로 줄면서 ‘완승’과는 거리가 먼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사회 9대5 재편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총을 열었다.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이 길어지면서 당초 오전 9시 예정이던 개회가 정오께로 약 3시간 밀렸다.
최대 쟁점은 이사 선임이었다.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날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6명(고려아연 측 5명, MBK 측 1명)이었다. 빈자리를 몇 명으로 채울지부터 양측의 셈법이 갈렸다. 고려아연 측은 개정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 5명만 뽑자고 했고, MBKㆍ영풍 측은 6명 일괄 선출을 주장했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출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선임 인원이 많을수록 소수 측에 유리하다. MBKㆍ영풍 측은 6명을 뽑아 3대3 이상을 노렸고, 고려아연 측은 5명으로 줄여 3대2 구도를 겨냥했다. 표결 결과 5인 선임안이 출석주주 대비 찬성률 62.98%로 6인 선임안(52.21%)을 앞질렀고, 다득표 원칙에 따라 채택됐다.
이어진 집중투표에서 고려아연 측 3명, MBKㆍ영풍 측 2명이 선임됐다. 미국 테네시주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추진 중인 합작법인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홀딩스 이사가 최다 득표로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고, 최윤범 회장이 2위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황덕남 이사회 의장은 3위로 사외이사직을 유지했다.
MBKㆍ영풍 측에서는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로써 이사회 구도는 기존 11대4에서 9대5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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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2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사진: 고려아연 제공 |
국민연금(지분 5.2%)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최윤범 회장ㆍ황덕남 의장뿐 아니라 MBKㆍ영풍 측 박병욱 후보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일부와 북미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고려아연 측 감사위원 후보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MBKㆍ영풍 측이 41.1%로 최 회장 측 37.9%를 웃돌지만, 최 회장 측은 크루서블JV 10.6%와 한화 7.7% 등 우호 지분을 합산해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다.
◆소송 비화 가능성
주총 과정에서 집중투표 의결권 산정 방식도 논란이 됐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대리행사 플랫폼을 통해 집중투표에 참여할 때 시스템 한계로 실제 행사 가능한 의결권보다 적은 표만 집계되는 ‘과소투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보정하기 위해 찬성 후보들에게 총 의결권을 비례 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했다. 외부 법률 전문가 검토를 거쳤고 MBKㆍ영풍 측에도 사전 통보했으며, 프로라타를 적용하지 않아도 결과는 동일하다고 밝혔다.
반면 MBKㆍ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주총에서는 예탁결제원 집계를 그대로 인정했으면서 올해 표 대결 국면에서 기준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해외 주주의 일부 의결권 행사는 투자자의 자율적 선택이며 이를 사후 재해석하는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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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2기 고려아연 주주총회./사진: 고려아연 제공 |
이날 주총에서는 주당 현금배당 2만원과 임의적립금 약 9177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도 결의됐다. 소수주주 보호 정관 명문화, 이사 충실의무 도입, 전자주총 제도 도입 등 8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된 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안건은 MBKㆍ영풍의 반대로 부결됐다.
오는 9월 개정 상법 시행 전까지 반영하지 못하면 법 위반 상태가 될 수 있어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MBKㆍ영풍 측 주주제안 중에서는 이사회 소집 통지 시기를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변경하는 안건만 통과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과로 크루서블JV(지분 10.6%)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격차가 좁혀진 만큼 크루서블JV가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주요 안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MBKㆍ영풍 측도 미국 측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사회 내 역학 변화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올 하반기 감사위원 선임 등을 계기로 양측의 표 대결이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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