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시설 ‘용도미정’ 포함 여부 고심
특정 용도 꼬리표 떼고 유연성 확보
“가변형 공급체계로 적재적소 확충”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시가 공공기여 제도 내에 ‘비축시설’을 포함하는 정책 방향성 수립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맞춰 공공시설 용도를 미리 확정하지 않고, 미래 수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전환 가능한 ‘유연한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한다는 당위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도시공간본부는 현재 공공청사, 사회복지시설, 체육, 문화시설 등으로 제한적인 공공기여 시설 항목에 ‘비축시설’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기여는 개발 사업 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는 대신 개발 이익의 일부를 시설이나 부지로 환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2015년 제도 본격 가동 이후 현재까지 124개 시설을 공급하며 기반시설 공급 주체를 민간 자본으로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간 서울시는 양재 AI 지원센터, 대치역 대규모 저류시설 등을 통해 사회 변화에 대응해 왔다. 공공기여 관리시스템도 전국에서 가장 고도화했다. 기부채납 공공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해 공공기여사업과 수요시설을 매칭해 사용처를 결정하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 계획 중인 시설이 579개소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래수요와 변화하는 도시여건을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공급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건은 미래수요 변화와 도시여건에 맞춰 보다 유연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기획부터 완공까지 ‘시간차’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전협상, 정비사업, 지구단위계획(종상향)까지 공공기여 시설은 모두 초기 사업 계획단계에 확정된다.
현재 계획된 시설 중 공공청사(208개소), 사회복지시설(163개소)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실제 완공되는 수년 후에는 인구 구조나 기술 변화로 인해 해당 시설의 수요가 급감하는 ‘용도 부조화’ 현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실제 공공청사는 미래 도시기능이 변해도 용도를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일부를 ‘용도 미지정’ 비축공간으로 확보하는 게 미래세대를 위해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맹다미 서울연구원 미래공간연구실장의 ‘공공기여시설 현황 진단 및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관내 노인여가시설의 지니계수는 2016년 0.11에서 2024년 0.12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뜻으로, 이 기간 기부채납으로 공급된 16개소의 노인여가시설이 인구변화 속도에 비해 적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처럼 도시 가용지가 매우 적은 지역에선 감염병 대응센터나 드론 스테이션 등 새로운 공공서비스를 확충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광구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최근 열린 도시공간정책 컨퍼런스에서 “공공지원 시설을 결정하고 실제 공급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시민수요와 변화하는 도시여건에 따라 필요한 시설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특정 용도의 ‘꼬리표’를 붙이지 않은 비축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축시설은 당장 용도를 확정하지 않는 대신, 어떤 시설로도 전환할 수 있도록 높은 층고와 가변적 구조를 갖춘 형태로 지어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행정 절차와 공사 기간 때문에 실기(失期)했던 공공 서비스 공급이 획기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저출생 대책이 필요할 때 비축된 공간을 활용해 즉각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성하거나, 내부 인테리어와 설비 보완만으로 ‘현재’ 가장 필요한 시설을 확보할 수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도서관이 계획시점에선 필요했는데, 준공시점엔 주변에 도서관이 많거나 이용객이 저조할 수 있다”며 “최초에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인 ‘공공시설’ 개념으로 시설을 확보해 놓으면 가장 필요한 시설을 적재적소에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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