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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김연식의 손 끝에서 재탄생한 여수...상상력-디테일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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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26 14:55:47   폰트크기 변경      
‘김연식의 여수섬 365-전설과 비밀’ 특별전...갤러리 모나리자 산촌서 26일 개막


원로 아티스트 김연식은 사찰음식연구가 정산 스님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61년 부산 범어사에 입적한 그는 행자 생활부터 병좌(음식 만드는 곳의 책임자)를 맡으며 자연스럽게 전국 사찰에 전해지는 독특한 절 음식들을 채록하기 시작했다.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 절 음식에 관한 전통을 잇고자 꾸준히 사찰음식을 연구한 그의 집념은 남달랐다. 서울 인사동에서 사찰음식 전문점 ‘산촌’을 운영하면서 동산불교대학 사찰음식문화학과 학과장을 지냈다. ‘눈으로 먹는 절 음식’ ‘북한의 사찰음식’ 등 사찰음식 관련 책도 네 권이나 펴냈다. 음식점 ‘산촌’은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아시아 톱10 음식점’에 꼽힐 만큼 외국인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정산 김연식이 26일 인사동 갤러리 모나리자산촌 입구에 걸린 작품  '충무공' 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사찰음식의 색조와 불교의 정신성을 미술과 음악 영역으로 옮기는 작업도 병행했다. 2007년 첫 개인전 이후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20여 회의 국내외 전시회를 개최하는 관록을 지녔다. 2023년에는 4악장 구조의 ‘교향곡 –인드라망’을 발표해 문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재즈피아니스트로 독특한 이력도 지닌 그는 60대 중반에 관조, 명상의 화제를 음악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지속적인 탐구 주제인 ‘사유의 흐름’을 디지털 기반의 AI 작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AI로 그린 작품들과 3차원의 조형물들은 현대미술에 대한 80세 중진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과 최첨단의 디지털 감성이 융합된 특별한 미감의 산물로 평가된다.

지난 1월 개최한 윤동주 시인 서거 81주년을 기념한 개인전 ‘시인 윤동주, 그리고·쓰고·노래하다’를 계기로 디지털 시대 변화에 맞춰 인공지능(AI)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정산이 또 한 번 큰 일를 벌인다. 오는 9월 열리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AI로 되살린 여수의 전설과 미래를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김연식의 여수섬 365-전설과 비밀’을 테마로 26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모나리자 산촌에서 막을 올렸다.


고향 여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약 2년에 걸쳐 완성한 AI 디지털 아트 382점과 직접 작곡한 35곡의 음악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여수 앞바다에 펼쳐진 섬의 신화부터 미래 비행선까지 인공지능 아트로 되살린 게 흥미롭다. 단순히 풍경을 담아내는 수준을 넘어 AI라는 첨단기술을 통해 여수의 섬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서사를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김연식의 '미래의 여수'                                              사진=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제공

‘AI아트’ 영역을 파고 드는 정산은 이날 전시 개막식에서 “30년 전 그리스 에게해의 섬들을 보며 우리 여수의 섬들도 사람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의 꽃을 피우길 고대해 왔다”며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섬’을 환히 밝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압도적인 디테일과 상상력을 뽐낸다. 여수 밤바다 위로 드높이 유영하는 거대한 기계 고래는 마치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은유한 듯 보인다. 여수의 해변을 병풍 삼고 섬들의 기운을 갈무리한 채, 정산의 예술적 '뿌리'를 증명해낸 거대한 화폭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역시 성곽처럼 솟아오른 미래 도시의 풍경과 마주하며 관람객을 초현실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또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놓인 화판 앞에서 붓을 든 작가 자신을 그린 작품은 과거의 역사적 숭고함과 현재의 예술적 성찰이 교차하는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연식의 '마래굴과  만성리 해수욕장'                                         사진=갤러리 모나리자산촌 제공

여수를 예술적 가치로 승화한 작품도 눈길을 붙잡는다. 수선화가 만개한 섬 위로 쏟아지는 유성과 고래의 실루엣, 섬 자체가 거대한 공룡이나 신화적 존재로 변모한 모습, 거대한 지하통로에서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을 잡아낸 작품 등은 여수가 가진 무한한 문화적 잠재력을 예술적 가치로 승화했다.

정산은“섬은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오랜 세월 축적된 문화와 공동체의 터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3,300여 개 이상의 섬이 있으며, 그 가운데 365개의 보석 같은 여수의 섬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해양 문화,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수 섬의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 자원으로 녹여내기 위해서는 예술적 터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산은 AI아트 장르를 국내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AI를 통해 유명인이나 색다른 도시를 서사적 회화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연식의 '공룡의 섬 사도'                                          사진=갤러리 모나리자 산촌 제공

“이제 AI는 미술과 음악 등 문화적 경계를 없애는 수단이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작가의 콘텐츠와 결합해 화면을 꾸밀 수 있거든요. 작가가 만든 이미지와 음악을 화면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도 있구요.”

정산은 쳇GPT와 제미나이 같은 멀티 AI 기반 검색 기능도 활용했다. “미술을 단순 시각예술에서 ‘콘텐츠 생성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앞으로 AI아트 기능에 검색, 추천, 음성 인식 등 맞춤형 경험을 중심으로 미술이나 음악에 적용하겠다“며 ”제 작품을 디지털 AI 아트와 음악이 결합한 종합예술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AI를 기반으로 한 그의 세 번째 전시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별전은 여수를 ‘보는’ 경험을 넘어, 관객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이끈다”며 “기술과 예술, 그리고 여수의 지리적 특성이 만나는 새로운 전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진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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