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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ㆍ간첩 조작으로 받은 ‘훈장’ 박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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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29 15:24:30   폰트크기 변경      

경찰청, 7만여 공적사유 전수조사
공권력 남용 등 확인 시 서훈 취소


李대통령 “폭력 범죄자 취소 당연
공소시효ㆍ민사소멸시효 배제 추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간첩 조작에 가담한 수사 관계자들이 받은 각종 서훈을 취소하기 위한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정부가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역사적 평가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사진: 연합뉴스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래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ㆍ국무총리 표창 7만여개의 공적 사유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사례가 서훈 취소 대상으로, 경찰은 공권력 남용이나 허위 공적이 확인될 경우 서훈을 모두 취소할 방침이다. 그동안 12ㆍ12 군사반란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신군부 협력자에 대한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공권력 남용 전반을 다루는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행 상훈법상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훈ㆍ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2017년부터는 정부표창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ㆍ국무총리ㆍ기관장 표창도 박탈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고문과 간첩 사건 조작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 사례들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고문 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이다.

이 전 경감은 1970~80년대 대공수사관으로 활동하며 민주화 인사들을 고문한 인물로,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박탈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1986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뿐이고, 상당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0ㆍ26 사건 이후 ‘수사업무’에 기여한 공로로 1980년 받은 국무총리 표창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상태다.

이 전 경감은 ‘남영동 1985’, ‘변호인’ 등 군사정권 시기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고문 수사관’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생전 자신의 행위를 “애국”이라고 주장하며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아 사회적 공분을 샀다.

게다가 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였던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치안감) 역시 상훈 기록에서 공개된 포상만 무려 13개에 달한다. 영화 ‘1987’에 나온 ‘박 처장’의 모델인 그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궤변을 남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정부도 강경한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ㆍ옛 트위터)에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ㆍ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폭력 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국가폭력 범죄, 국가가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의 생명ㆍ자유ㆍ인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영구적으로 공소시효를 배제해 행위자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국가폭력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가 모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조사 대상이 정부 포상 중심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기관장 표창 등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훈의 가치를 바로잡으려면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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