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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임성엽 기자]“휘경동에서 8년을 거주해왔는데, 지난해 월세를 갑자기 60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려 강북 외곽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1일 서울시 행사에서 한 여성 사회초년생.)
서울시가 이날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한 까닭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서 촉발된 전ㆍ월세 매물 급감과 주택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시장 불안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민 2명 중 1명(53.4%) 이상은 임차인이다. 정부는 임차인을 위한 주택 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데, ‘공급 공백’ 속에서도 수요 억제책에 집중했다. 결국 정책 역효과가 서울 시민 절반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지난 2023년 3월 5만여 건이던 서울의 전세 매물은 이달 기준 1만8000건으로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는 이 가운데 정부의 10ㆍ15 대책상 실거주 의무 강화로 2600건의 전세 매물이 증발했고, 다주택자 규제 여파로 3400건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했다.
시가 관내 공인중개사 4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세 매물의 70% 가까운 물량이 등록 즉시 소진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기존 임차인들을 위한 전ㆍ월세 매물은 사라졌는데, 신규 임차 수요는 서울 관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차 수요와 매물 공급 간 극심한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20대 순유입 인구만 3만6000명, 신혼부부는 4만9000쌍이 새로 유입된다.
이달 기준 전체 전ㆍ월세 계약 중 서울의 갱신 계약 비율은 53%를 기록했다. 당장 내년이면 6만4000가구에 달하는 집이 계약 갱신 만료를 맞아 주거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임차해서 살 집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5만 호에 달했던 입주 물량은 올해 2만7000호, 내년이면 1만7000호로 급감한다.
입주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 전ㆍ월세 공급 감소도 필연적이다. 전세 실거래 가격도 뛰고 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84㎡ 아파트 신규 전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24년 1월 6억4000만원이던 전세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7억4000만원으로 15.6% 급등했다.
민간 임대주택의 일반 임대 전환도 악재다. 민간 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상 의무 임대 기간 내 임대료 증액을 2년마다 5% 이내로 제한해, 6~10년간 임차인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등록 민간 임대 물량 총 23만 세대 의무 기간이 만료된다. 일반 임대 전세가는 등록 민간 임대의 1.8배에 달한다. 특히 정부는 2015년 특별법 도입 이후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세제 혜택 축소와 단·장기 아파트 임대 폐지 등으로 신규 민간 임대사업자 수는 급감했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민간 임대사업자에게도 일반 다주택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가 적용돼 주택 사업을 위한 대출이 원천 차단된 상황이다. 2018년 3만 명에 달했던 신규 민간 임대사업자는 지난 2024년 기준 2000명으로 약 93% 감소했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 역시 지난 2024년 2000호 수준에 그치며 사실상 공급 단절 상태에 놓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닌 일상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이자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평온안 안식처”라며 “정부가 매매가격에만 신경 쓰면서 임대시장은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전ㆍ월세 임차인 고통을 덜기 위해 대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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