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항공업계가 중동발(發) 고유가ㆍ고환율 리스크로 인해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어 운항 축소, 연료비 절감, 마케팅 지출 감소 등에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트리니티항공(구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국내 12개 항공사 중 절반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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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B787-10 여객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
지난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를 기록했으며, 항공유는 194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4월 급유단가는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대한항공이 당초 사업계획상 기준 유가인 220센트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통상적으로 유류비가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미 비용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의 경우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최근 환율이 1500원대를 상회하는 흐름은 상당한 비용 압박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한 대한항공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날 우기홍 부회장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직까진 운항 축소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직접적인 부담 전가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홍보 등 마케팅 비용 삭감이 1순위 조치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4~5월 중국 및 캄보디아 4개 노선에서 왕복 총 14회의 항공편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구체적인 비운항 일정은 노선별로 △인천~프놈펜 2회(5월19ㆍ28일) △인천~장춘 7회(4월14ㆍ17ㆍ21일 및 5월 6ㆍ9ㆍ13ㆍ16일) △인천~하얼빈 3회(4월15ㆍ20ㆍ22일) △인천~옌지(연길) 2회(5월8ㆍ15일) 등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재검토하고, 운영성 비용 절감과 연료절감 운항기법을 통한 유류비 절감, 탄력적인 공급 운영을 통한 기재 효율성 제고, 비용절감 및 수익 제고를 위한 신규 과제 발굴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트리니티항공은 4~5월 인천~푸꾸옥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추가적인 노선 운항 중단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하지 않았어도,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모든 항공사가 전사적인 지출 삭감 및 투자 축소 등 조치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3배 넘게 인상되는 유류할증료로 인한 여객 수요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기준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만으로 왕복 기준 40만8000원이 추가 발생하는데, 문제는 5월에는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노선 유류할증료는 현재 편도 30만원 수준에서 50만원대 중반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 단거리 노선 유류할증료도 10만원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로만 유가 상승분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당장 1분기보다 2분기 수익성이 더 걱정이다. 원래도 비수기인 2분기 승객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한항공의 주가는 미국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 2월27일 2만8100원이었으나,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3월2일 2만520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같은달 31일 종가 기준 2만3375원까지 밀려났다. 중동사태 전후로 16.81%나 뒷걸음질친 것이다.
상상인증권은 국제 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항공유가 상승 비용 반영 시차가 1개월 정도이기 때문에 1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으나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있는 분석이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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