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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삼성전자의 질주가 거침없다. 지난해 2분기 4조원 수준이던 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 12조원, 4분기 20조원을 넘어 올해 1분기엔 57조원으로 폭증했다. 불과 3개 분기 만에 10배 이상 커진 셈이다. 단순 회복이 아니라 ‘이익의 중력 자체가 이동했다’는 평가다.
▲AI 수요가 만든 ‘역대급 사이클’
이번 슈퍼사이클은 과거와 결이 다르다. PC·모바일 중심의 수요 회복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수요의 중심축으로 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메모리 출하량의 약 60%가 AI 서버로 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서버당 메모리 탑재량이 폭증했고, 이는 가격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HBM(고대역폭메모리)까지 결합되며 ‘고용량·고부가’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 양산에 성공한 점도 이번 실적의 질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5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D램과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최대 90%, 80% 급등했고,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폭발적이었다. 빅테크 4사(MS·메타·구글·아마존)의 서버 투자액은 연간 1000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며, 삼성전자 메모리 출하의 60%를 흡수하고 있다. KB증권 등 분석기관에 따르면 현재의 가격 상승세와 출하량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에는 단일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엔진은 폭주, 차체는 흔들”
문제는 구조적 불균형이다. 반도체(DS)가 사실상 전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반면, 세트(DX)는 원가 압박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곧바로 모바일·가전 사업의 비용 부담으로 전이된다. 엔진이 강할수록 차체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격차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 내부의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호황은 내부 긴장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실적 발표 당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역대급 1분기 실적은) 조합원들의 헌신으로 이룬 결과”라며, 성과급 상한 폐지와 보상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오는 23일 투쟁 결의대회도 예고했다.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 시대’ 종식 후 첫 대규모 실적을 맞으며 노사 균형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어디까지 가나…“속도보다 지속성”
시장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300조원 안팎까지 상향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연간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넘어 세계 1위 영업이익 기록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90∼95%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약 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250%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증권은 “올해 엔비디아(357조원)와 삼성전자(327조원) 영업이익 (전망) 격차는 30조원에 불과한 반면,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8300억달러)은 글로벌 영업이익 1위 엔비디아(4조3000억 달러) 대비 19%, 글로벌 11위 TSMC (1조5000억 달러) 대비 57% 수준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 고공행진 여부는 △메모리 가격 상승 지속 여부 △AI 투자 사이클의 변동성 △비메모리·세트 사업의 회복 △노사 관계 안정 등 4대 변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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