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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속 꼼수 도려내고 기술 족쇄 풀어야 진짜 가업(家業)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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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07 23:33:11   폰트크기 변경      

대한민국 상속 세제에는 편법 상속과 가업 포기라는 상반된 두 얼굴이 공존한다. 한쪽에선 대형 카페를 제과점으로 둔갑시켜 부동산을 편법 세습하기 위한 꼼수가 판을 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알짜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실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 초일류 기업조차 10조원 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온 가족이 수년간 총력전을 벌여야 했다. 중소·중견기업 사정은 더하다. 국내 1위 종자 기업은 천억 원대 상속세 부담이 주원인으로 작용해 농협으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밀폐용기 강자 기업과 손톱깎이 대표 기업도 상속세 문제 등으로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대주주 할증이 적용되면 명목세율이 최대 60%에 이르는 과도한 과세 구조는 경영권 승계를 제약할 뿐 아니라, 축적된 기술 기업이 시장 매물로 내몰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 승계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가업과 거리가 먼 주차장, 베이커리 카페 등을 내세워 공제 제도를 악용하려는 행태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이제는 ‘가업’의 정의부터 새로 정립해야 한다. 고용 유지, 설비 투자, 영업 실체 등 객관적 요건을 기준으로 세제 지원 대상을 선별하고, 사후관리도 이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대를 이어 기술을 갈고 닦으며 일자리를 지켜온 진짜 가업에는 승계 통로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세율 구조도 기업의 지속성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술 기업이 승계 과정에서 흔들리고, 경영권이 외부로 이전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개별 기업의 애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숙련된 기술과 양질의 고용이 기업가 정신과 어울려 대대로 빛날 수 있도록 낡은 세제는 경제 규모와 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개편돼야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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