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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B.] 로비에 농구장, 직원전용 펜트하우스…빌딩 공간의 파격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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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08 10:43:44   폰트크기 변경      
지란지교 판교사옥 ‘인피니티 타워’

설계단계부터 사무공간에 공들여

천연재료ㆍ고급자재…건강 최우선

27개 계열사ㆍ스타트업 모인 빌딩

자연스럽게 교류하도록 동선 배치

임원진 아닌 ‘직원 전용’ 파격 운영

서재ㆍ펍 등 다양한 휴게공간 구성

12층 상량판엔 창업자 친필 메시지

소통과 도전의 가치 고스란히 담아


[SPACE B.]는 기업의 고유한 DNA와 구성원들의 삶이 응축된 ‘사옥’이라는 공간을 탐구하는 코너입니다. ‘사옥은 기업 문화를 담는 가장 큰 그릇’이라는 믿음 아래, 벽돌 한 장과 바닥재 하나에 담긴 경영주의 철학과 직원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를 기록합니다. 건물은 지어지는 순간 고착되는 무기물이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기체입니다. 공간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 기업의 미래가 바뀝니다.


지란지교그룹 판교 사옥 1층 로비는 안내데스크 대신 NBA급 농구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지란지교
3층 사내식당 전경. 직원들이 식사하면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대형 천창을 뚫었다./ 사진:지란지교

●[SPACE B.]지란지교 판교사옥① 차별화된 공간 설계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제2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지란지교그룹 사옥(인피니티타워)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화려한 대리석 로비와 경직된 안내데스크 대신,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미국 NBA 경기장에서나 볼 법한 규격의 메이플 나무 농구코트다. 땀방울 맺히는 스포츠의 역동성과 열띤 타운홀 미팅이 공존하는 이곳은 지란지교가 추구하는 ‘도전’과 ‘소통’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사는 제2의 집”… 보이지 않는 디테일


지란지교그룹에서 CBO는 ‘최고비즈니스책임자(Business)’가 아니라 ‘최고빌딩책임자(Building)’를 뜻한다. 창업자 오치영 회장으로부터 사옥 프로젝트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수근 CBO는 5년여 준비 기간 동안 전 세계 혁신 기업들을 탐방하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건물 안에서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이수근 CBO가 설계 단계부터 가장 공을 들인 곳은 과시용 공간이 아닌 직원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 공간이다. 그는 “회사는 집만큼 오래 머무는 제2의 생활공간이기에 그곳이 가장 쾌적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사무실 천장에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흡음 성능이 탁월한 미국 암스트롱사의 천연 재질 제품을 직접 수입해 시공했다. 바닥재 역시 아마씨유와 송진 등 천연재료로 만든 네덜란드 포보사의 리놀륨을 택했다. 플라스틱 재질이 없어 유해 물질 배출이 없고, 4㎜ 두께의 최고급 사양을 적용해 하이힐 소리 등 층간 소음을 획기적으로 잡아준다. 고급 아파트 거실에나 쓰일 법한 자재를 선택해 직원들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구내식당 운영 방식에서도 직원을 향한 배려가 묻어난다. 전기·수도료를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대신, 식자재 원가가 식비의 62%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 CBO는 “그래야만 꾸준히 좋은 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2층 펜트하우스. 휴게공간이자 수제 생맥주를 즐기는 펍도 갖췄다. / 사진:김태형 

펜트하우스는 직원의 몫…‘크로싱’의 미학


지란지교 사옥 설계의 핵심 키워드는 ‘크로싱(Crossing)’이다. 27개 계열사와 스타트업이 한곳에 모인 만큼, 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교류하도록 동선을 정교하게 짰다. 엘리베이터 홀을 통합하고 공용 공간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지란지교 패밀리’ 특유의 유대감을 건물 구조에 녹여냈다.

특히 건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12층 펜트하우스를 임원진이 아닌 직원 전용 공간으로 내놓은 것은 파격적이다. “최상층은 온전히 직원들에게 내주자”는 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이곳은 서재와 펍(Pub), 휴게 공간으로 꾸며졌다. 남쪽 테라스에서는 햇볕을 쬐며 담소를 나누고, 북쪽 공간에서는 수제 생맥주를 즐기며 파티를 열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다.

이수근 CBO는 “신규 입사 지원자가 1층에서 안내를 받아 12층에 도착하면 반드시 10분 뒤에 인터뷰를 시작하라는 가이드를 줬다”며 “회사의 첫인상을 가장 좋은 공간에서 느끼며 지란지교의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하려는 배려”라고 덧붙였다.

상량판에 새긴 ‘드림 플랫폼’… 살아 숨쉬는 사옥


사옥의 심장부인 12층 천장에는 이 건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유물이 숨겨져 있다. 바로 건물의 뼈대가 완성됐음을 알리는 상량판이다. 전형적인 한자 장식 대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호랑이 문양 위에는 오치영 회장과 박승애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긴 친필 메시지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꿈꾸고 도전하고 지속 가능함을 추구하는 드림 플랫폼을 꿈꾸며.” 이 문구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수많은 인재와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터전이 되겠다는 의지다. 자칫 마감재에 가려질 뻔했으나, 이 CBO의 고집으로 천장 일부를 노출 설계해 직원들이 언제든 이 비전을 마주할 수 있게 했다.

지란지교 사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이 CBO는 매일 아침 전 층을 2시간 넘게 직접 돌며 건물의 상태를 살피고, 반년마다 직원 설문을 통해 공간의 용도를 변경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외면받거나 불편한 공간을 찾는 게 나의 주 업무”라고 했다.

농구장에서 땀 흘리고 12층 펜트하우스에서 꿈을 공유하는 직원들의 모습 속에서, 지란지교의 DNA인 ‘Dream(꿈꾸라), Challenge(도전하라), Keep Going(계속 나아가라)’은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다.



●[SPACE B.]지란지교 판교사옥② 공간 가이드 : 지란지교의 철학이 숨 쉬는 시그니처 스팟


ⓐ1층 NBA급 농구장: 도전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쇼케이스
로비는 직원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농구장과 수시로 타운홀 미팅을 할 수 있는 계단형 쉼터로 채워졌다. 농구장은 실제 NBA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캐나다산 메이플 나무 자재를 수입해 제대로 만들었다. 사내 동호회를 대상으로 최근 농구교실을 진행한 전태풍 전 프로농구 선수도 ‘엄지척’을 들어보였을 정도로 수준급 농구장이다. 메이플 나무 특유의 따뜻한 톤은 로비 전체 분위기를 온화하게 잡아준다. 농구장과 대조적으로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선 엘리베이터 홀은 타일을 깔고 벽면에 각을 준 다이내믹한 디자인으로 스타트업 특유의 역동성과 도전 정신을 담았다.

ⓑ3층 ‘뷰 맛집’ 사내식당 : 하늘 보며 리프레시하는 시간
보통 지하에 배치하는 식당을 조망이 좋은 3층으로 올리고, 옆 건물(슈어소프트)과 연결되는 통합 식당으로 운영한다. 직원들이 식사하며 하늘과 구름을 볼 수 있도록 천장(Sky window)을 크게 뚫었다. 갇힌 공기에서 오는 꿉꿉한 냄새를 없애고 리프레시를 돕기 위한 설계다. 식사 시간 외에 텅 빈 사내식당 대신 직원들이 자주 찾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카페와 미팅 공간도 함께 배치했다.

ⓒ12층 직원 전용 펜트하우스: 교류와 쉼의 드림 플랫폼
건물의 최상층을 임원실 대신 전 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내주었다. 입사 지원자가 회사의 첫인상을 가장 좋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12층에 인터뷰실을 배치했다. 북쪽 주방 공간에는 유명 수제 맥주를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주방 겸 브루어리로 꾸몄다. 가변형 테라스에서는 계절에 따라 바비큐 파티나 요가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양치실ㆍ남성 휴게실 : 디테일이 숨겨진 편의 공간
지란지교엔 양치실(Brushing Room)과 남성 휴게실이 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양치하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실과 분리된 독립형 양치실을 층마다 설치했다. 도쿄 소프트뱅크 본사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법적 기준에 따른 여성 휴게실(수유실 포함)은 물론, 직원들의 요청을 반영해 남성용 휴식 공간(술 깨는 용도 등)도 추가했다.



●[SPACE B.]지란지교 판교사옥③ 사옥 설계자 : 홀딩스 대표에서 CBO로 변신한 이수근
전세계 돌며 아이디어 찾고, 안전화 닳아질만큼 현장 누벼


이수근 지란지교그룹 CBO. / 사진:김태형

글로벌 IT 현장을 누비던 베테랑 경영인이 이제 기업의 철학을 공간에 이식하는 ‘공간 경영’ 전문가로 변신했다. 지란지교소프트의 이수근 CBO(Chief Building Officer·최고빌딩책임자)가 그 주인공이다.

이수근 CBO의 건축 메모./사진:이수근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와 한국지사에서 10여년간 윈도우(Windows)ㆍ오피스(Office) 마케팅 총괄, Xbox 채널 운영 등 마케팅과 기획 전문가로 활약했다. 이후 나모 인터랙티브가 지란지교에 인수되면서 2016년 지란지교 패밀리에 합류했다. 입사 1년 만에 창업자인 오치형 회장의 뒤를 이어 지란지교홀딩스의 두 번째 대표가 된 그는 8년간 그룹의 전체 파이낸스와 운영을 책임져왔다.

그가 사옥 건립을 결심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홀딩스 대표로서 전체 재무를 관리하다 보니 매달 나가는 막대한 임대료가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당시 대치동의 낡고 불편한 건물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그는 “우리만의 따뜻하고 쾌적한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업자인 오치형 회장은 처음엔 “사업에 전념하라”며 사옥 건립을 반대했으나, 이수근 CBO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당신 마음대로 지어보라”며 전권을 위임했다. 이후 그는 5년 동안 전 세계 유명 사옥들을 탐방하며 수집한 아이디어를 노트에 빼곡히 기록했다.

사옥 건축현장의 이수근 CBO/ 사진:지란지교
그의 집요함은 현장에서도 빛났다. 공사 기간 2년 반 동안 안전화가 뜯어질 정도로 매일 현장을 누볐으며, 타워크레인 꼭대기에 올라가 외관의 각도를 확인하고 화강석 자재의 결이 맞지 않으면 직접 표시를 할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했다. 심지어 독일제 문 손잡이가 너무 무거워 여직원들이 열기 힘들다는 것을 발견하고 손잡이 위치를 여성의 평균 키에 맞춰 10㎝ 낮추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사옥 준공 후에는 아예 건물을 총괄 관리하는 CBO 역할을 맡았다. 현재 그는 미국 법인장과 CBO를 겸임하며 일주일의 절반은 사옥의 ‘살아있는 관리자’로 일한다. 그는 사옥의 머릿돌에 시공ㆍ설계사 등 회사 이름을 새기는 대신, 공사 현장의 계약직 직원부터 설계기사까지 기여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새겨 넣었다. 지란지교의 수평적이고 따뜻한 문화를 품은 머릿돌이다.



●[SPACE B.]지란지교 판교사옥④ 향기 사용법 : 오감을 깨우는 공간의 기억


지란지교 사옥에 들어선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닌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향기다. 이수근 CBO는 사옥 기획 단계부터 ‘향기’를 공간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설정하고, 1층 방풍실부터 공용 공간 전체에 일관된 향을 적용했다. 이는 직원이 사옥에 들어서는 순간 “아, 내가 회사에 왔구나”라는 안정감을 느끼고 업무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심리적 장치다. 이수근 CBO의 메모 노트에서 시작된 이 ‘향기 전략’은 시각적 요소와 결합해 강력한 공간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단순히 좋은 냄새를 풍기는 수준을 넘어, 특정 음악과 향기를 결합해 뇌가 건물을 인식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디테일은 화장실에서도 이어진다. 위생과 쾌적함을 위해 화장실 창문 설계 시 햇빛이 직접 들어오도록 배치해 냄새를 차단하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다. 사무동 내부에는 향을 쓰지 않으면서도 공용 공간에서는 오감을 자극하는 치밀한 설계는 사옥을 단순한 사무실이 아닌, 머물고 싶은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SPACE B.]지란지교 판교사옥⑤ 지란지교그룹은
1994년 대학생 4명의 꿈에서 시작해 매출 1000억원대 IT 그룹으로 도약


지란지교-슈어소프트테크 통합사옥 전경./ 사진:지란지교

1세대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지란지교그룹은 올해로 창립 32주년을 맞았다. 1994년 충남대학교 전산학과 대학생 4명이 모여 설립한 지란지교소프트는 국내 최초 윈도우용 통신 에뮬레이터 ‘잠들지 않는 시간’을 시작으로 쿨메신저, 스팸스나이퍼 등 시장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를 잇달아 선보이며 국내 대표 IT 솔루션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란지교그룹의 가장 큰 원동력은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드림 플랫폼(Dream Platform)’ 철학에 있다. 오치영 창업자 겸 CDO(Chief Dream Officer)는 10년 전부터 개인이 아닌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터전을 만들고자 이 비전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현재 그룹은 22개 계열사, 임직원 700명 규모의 조직으로 발전했다. 특히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성장한 인물이 12명에 달할 정도로 건강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지난 2024년 창립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개한 ‘NEXT 30’ 비전의 핵심 전략은 △AI 기술 혁신 △계열사 간 시너지 강화 △글로벌 확장이다. 2030년 그룹 매출 목표는 1조원을 제시했다.

박승애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AI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보안 설루션을 고도화하고 협업에 이어 기업용 AI 설루션까지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형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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