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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한 달, 재계는 ‘시계제로’…포스코·삼성·현대 ‘3사 3색’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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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09 15:20:53   폰트크기 변경      

원청 책임 강화에 대기업 리스크 현실화
포스코 ‘직고용’ 승부수에도 다중 교섭 암초
삼성 ‘총파업’ 압박에 사면초가
현대차 ‘무대응·법적 대응’ 장기전 태세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주요 대기업들이 노사 관계의 대전환기 속에서 각자의 생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업들은 업종 특성에 따라 ‘정면 돌파’, ‘강대강 대치’, ‘법적 장기전’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가장 파격적인 행보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협력사 직원 7000명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는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 들었다. 15년간 이어진 불법파견 소송 리스크를 털어내고, 노란봉투법 체제에서의 하청 교섭 압박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하청 노조들이 신청한 ‘교섭 단위 분리’를 전격 수용하면서, 포스코는 기존 원청 노조 외에도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 금속노조 및 플랜트건설노조 등 최소 3개 이상의 노조와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직고용을 통해 노사 갈등을 매듭지으려 했으나, 오히려 일 년 내내 협상장에 발이 묶이는 ‘연중 교섭’ 리스크를 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되는 사례다. 법 시행으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리스크가 줄어들고 쟁의 범위가 확대되자, 삼성전자 내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한층 강경해진 투쟁 노선을 걷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OPI) 산정 기준 공개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오는 5월 사상 초유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 인력을 중심으로 결집한 노조는 “노란봉투법이 투쟁의 법적 방패가 되어준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절실한 시점에 노사 갈등이라는 내부 변수가 경영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등 완성차 업계는 철저한 ‘무대응’과 ‘법적 다툼’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는 하청 노조의 잇따른 교섭 요구에도 “사용자성 판단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수백 개의 하청사가 거미줄처럼 얽힌 완성차 제조 특성상, 단 한 곳의 사용자성만 인정하더라도 연쇄적인 교섭 요구가 쏟아져 관리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노위의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까지 이어가는 ‘장기전’을 통해 법적 근거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하청 노조 985곳이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실제 이를 공고한 기업은 3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현장의 혼란은 극에 달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 규정의 모호함이 노사 관계의 사법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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