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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공사도급계약 내용이 현저하게 불공정해 무효인지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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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10 06:32:21   폰트크기 변경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위 규정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라고 규정하였다(제22조 제5항). 그런데 어떤 사정이 있을 때 위 규정 각 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수급인(원고)이 하도급인(수급인, 피고 A)에 대하여 하도급 공사대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하도급인은 하수급인이 ‘원도급사(피고 B)에게서 하도급인에게 해당 하도급 공종의 공사비가 지급될 경우에만 공사비를 청구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점을 들어서, 하수급인이 부제소합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급심은 위 합의는 하수급인이 하도급인이 원도급인으로부터 원도급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기다려 그 원도급대금에서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을 것을 양해하고, 하도급대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에도 하도급계약에 따라 우선 시공할 것을 확약하는 취지의 한도에서 부제소합의로서 효력이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위 합의를 하도급인이 원도급인으로부터 실제로 원도급대금을 모두 지급받을 때까지 또는 언제나 하수급인이 하도급인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에 관한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위 합의는 위 건설사업기본법 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보았다.

하도급인과 원도급인 사이에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원도급인이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하면서 같은 날 하도급인과 하수급인이 위 합의서를 작성하고, 하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받았는데, 하수급인은 원도급인과 직불합의를 하면서 하도급인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관하여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의서의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맞는 해석이라고 하였다.

합의서의 작성경위를 고려하면, 그 합의내용이 위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서 정한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계약체결 당시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관계 법령에서 인정하고 있는 상대방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하였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2다286007 판결). 이에 따라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후 하급심은 하수급인의 소를 각하하였다.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것’인지는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인 것이다.

이응세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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