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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前검찰총장, 국정조사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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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12 15:06:01   폰트크기 변경      
“수사ㆍ재판에 외압… 법치주의ㆍ사법시스템 무너뜨릴 것”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대해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


이 전 총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해 폐지되는 현실에 이른 점에 대해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와는 별론으로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우선 “검찰의 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와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증거 수집과 법리 판단에서 검찰의 결론이 매번 반드시 옳을 수도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사법부를 두고 적법절차, 증거능력과 증명력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유죄 판결이 선고되고 3심제를 거쳐 확정되도록 하는 까다로운 사법시스템을 마련해뒀다”고 전제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절차는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공방을 전제로 하며, 100퍼센트 유죄의 증거만 존재해 100대 0으로 끝나는 사건은 없다”며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는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뤄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의 물적 증거와 증인들은 아예 국정조사에서 배제됐고, 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에 내세워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는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전 총장은 그 예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서 ‘검사가 회유해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에 대해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해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국정조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정치권과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맡아 수행할 검사와 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며 “우리 법에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일반 국민이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소위 ‘조작’이라고 문제를 제기해도 국회가 그때마다 국정조사를 열어주지는 않는다”라며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돼 국정조사, 고발, 감찰, 징계, 수사, 출국금지를 착착 진행하고 공공연히 공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수사로 따진다면 ‘보복, 표적, 기획, 편파, 강압수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총장은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맡았던 저에게 책임을 묻기 바란다”며 “수사 일선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애써온 검사 수십명을 불러내 외압을 가하는, 더 나아가 진행 중인 법원의 재판과 판사에까지 외압을 가하는 국정조사는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또다시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하면 ‘조작기소를 조작’했다고 재국정조사를 열고 재수사를 ‘조작수사’로 재재수사할 것이냐”며 “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끊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그는 “헌법과 법률이 마련해둔 사법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확정된 재판을 번복할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 재심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적법절차와 증거능력, 증명력의 요건을 갖췄는지 차분히 따져 유무죄를 결정지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장은 이번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16일 국회 출석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첫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ㆍ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등 주요 수사에서 원칙론을 내세웠다가 윤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던 2016년에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며 활약했지만 보수 진영의 반발을 샀다. 반면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해 민주당과도 긴장 관계를 이어갔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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