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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톡!파원]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유럽 진출의 핵심은 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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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0 08:43:49   폰트크기 변경      

이승주 해외건설협회 폴란드 협력원. /사진: 해외건설협회 제공

[대한경제=김수정 기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한국 건설사에 있어 단순한 신규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의 생산기지로 부상한 폴란드, 그리고 대규모 재건이 예정된 우크라이나는 사업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에서 나타나는 수익성 격차와 프로젝트 수행 방식의 차이는 기존 해외 진출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해외사업은 단순 도급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인력과 행정, 공급망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폴란드 상위 건설사의 연 매출은 약 3조원 수준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유럽 시장 내 경쟁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페인 부디멕스(Budimex), 오스트리아 스트라바그(Strabag) 등 주요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이나 자본보다는 ‘운영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들 기업은 단순 시공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 및 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경영진과 핵심 프로젝트 조직을 현지 인력 중심으로 구성하고, 발주처와 지자체, 인허가 기관과의 관계를 내부 역량으로 축적해왔다. 특히 도로 인허가(ZRID), 환경 승인, 토지 수용 등 주요 절차를 사업 초기부터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동일 프로젝트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역시 기술 부족이라기보다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에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공사비보다 절차 대응 역량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건설사들이 아스팔트 플랜트나 레미콘 설비를 직접 보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직계열화라기보다 공급 안정성과 일정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국내 기업이 동일한 방식으로 설비를 직접 확보하는 것은 투자 부담과 운영 리스크 측면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대신 현지 원자재 공급처나 중견 시공사와의 장기 계약, 전략적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접근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설비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프로젝트 단위에서 안정적인 공급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원가 경쟁력과 공기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유럽 시장에서의 공급망 경쟁력은 ‘소유’보다는 ‘네트워크’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건설사 K사의 폴란드 사업은 시사점이 크다. 이들은 단순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입찰에 참여하기보다 산업단지와 물류시설을 선제적으로 기획하고, 글로벌 기업 수요에 맞춘 개발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발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인허가ㆍ토지ㆍ임차 수요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통합하는 운영 방식이다.

국내 건설사 역시 단순 시공 역량만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 스마트시티,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ㆍ금융ㆍ시공을 결합한 개발형 사업 모델로의 확장이 요구된다. 일부 기업이 바르샤바 등지에서 자체사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단순한 건설 수요를 넘어 에너지, 물류, 산업 구조 전반의 재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는 자재, 장비, 인력, 금융이 집결되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미 폴란드 동부 및 접경 지역에서는 물류와 산업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선점하려는 유럽 기업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현장뿐 아니라 폴란드 내 공급망과 인력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중견 로컬 건설사와의 협력은 단순 시공을 넘어 노무 관리, 협력사 네트워크, 행정 대응까지 아우르는 운영 기반을 확보하는 의미를 갖는다.

현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방향이다.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술이나 가격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현지 인력 구조, 공급망 접근성, 사업 기획 역량이 결합된 운영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의사결정 구조의 현지화, 네트워크 기반 공급망 확보, 개발ㆍ투자 연계형 사업 모델로의 전환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폴란드는 이러한 변화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시장이며, 우크라이나 재건은 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출 여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다.

현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현실적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김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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