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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바이오 시장 진출 러시…오너3·4세 전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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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14 05:08:06   폰트크기 변경      

유통·식품·화학 업종 불문 ‘제2의 삼바·SK’ 꿈꾸며 신사업 점찍어
신유열·최윤정·김동관 등 그룹 후계자들 바이오 경영 일선서 능력 시험대


[대한경제=김호윤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 러시’가 거세다. OCI와 오리온, 대상, HD현대에 이어 동원산업까지 가세하면서 유통·식품·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바이오를 새 성장 축으로 점찍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그룹의 미래를 짊어진 오너 3·4세들이 선대가 닦아놓은 길을 넘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실전 무대’로 바이오를 택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수산 전문 기업인 동원산업은 최근 바이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며 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2023년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하다 철회한 지 2년 만이다. 동원은 참치 부산물에서 기능성 원료를 추출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고난도 신약 개발 영역까지 나아가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동원뿐만 아니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 지분을 확보하며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손에 넣었고, OCI는 부광약품 인수로 제약 사업을 그룹의 핵심 축으로 편입했다. 대상은 의약용 소재 시장으로, HD현대는 AMC사이언스 설립을 통해 바이오 생태계에 발을 들였다. 이들이 공통으로 바라보는 롤모델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입증한 삼성과 SK다.

이번 바이오 진출 열풍의 중심에는 그룹의 후계 구도에 있는 오너 3·4세들이 있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직접 대표이사나 전략본부장 직함을 달고 실무를 챙기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취임 이후 공격적인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글로벌 행사를 직접 누비며 파트너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CDMO 기업 도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최근 일본 라쿠텐메디칼과의 수주 계약은 신 대표 체제 이후 첫 글로벌 성과로 꼽힌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이 차세대 먹거리인 방사성의약품(RPT) 파이프라인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성공으로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을 직접 설계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한화그룹에선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임팩트가 해외 바이오 신기술사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무 역시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업 확장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에 자신 있게 베팅하는 배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이라는 성공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 매출 4조5570억원, 영업이익 2조692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CDMO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SK바이오팜 역시 뇌전증 신약의 미국 매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조 단위의 선행 투자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자본력만큼이나 ‘시간’을 견디는 힘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오너 자제들이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얼마나 전문성을 쌓으며 긴 호흡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가 이번 바이오 러시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라고 분석했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2025년 12월 발효된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CDMO 기업의 대안으로 한국 기업을 주목하면서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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