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사후평가 제도가 도입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준 전체 대상 1729건 중 이행률은 73.3%에 그쳐 공공 공사 3건 중 1건은 평가 없이 방치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민자사업의 이행률은 더 낮다. 일부 기관은 단 한 건도 평가하지 않는 등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된다. 이는 공공투자의 성과 점검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본질은 이행률이 아니라 구조다. 발주청이 스스로를 평가하는 ‘셀프평가’ 체계에서는 부실이나 실패를 드러낼 유인이 없다. 평가는 지연되기 일쑤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결과마저 정책과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수년씩 늦어진 사후평가와 활용되지 않는 결과는 제도가 ‘기록용 절차’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사후평가가 정책 개선이 아닌 사후 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해법은 분명하다. 우선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기관이 평가를 직접 수행하거나 최소한 검증ㆍ인증을 담당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아울러 미이행 기관에는 실질적 제재를, 성실 이행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이행 동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 평가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 병행돼야 하며, 제도 운영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당근도 채찍도 없는 구조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후평가 결과를 예비타당성조사와 설계 단계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환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 사업의 실패와 한계를 다음 사업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공공투자의 효율성은 결코 높아질 수 없다. 사후평가는 과거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공공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사후평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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