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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번진 나프타 대란, 주사기까지 수급불안…‘매점매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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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15 06:08:47   폰트크기 변경      

3월 이후 세 번째 고시…약포지·수액 ‘초읽기’
의료용 장갑 재고 30일치…공급가 15%↑ 통보
“대형병원은 버티지만, 동네 의원은 여력 없어”


하나 남은 20cc 주사기 박스 / 사진: 연합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중동전쟁으로 인한 나프타 대란이 의료계까지 덮쳤다.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101% 치솟으면서 의료 소모품 단가도 덩달아 뛴 것이다. 유통 중간상들의 사재기와 병원ㆍ약국의 패닉 바잉(공포 매수)까지 겹쳐 일선 현장에선 품귀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14일 ‘주사기 및 주사침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석유제품, 요소ㆍ요소수에 이은 세 번째 매점매석 금지 조치다. 

해당 고시는 주사기 및 주사침 제조ㆍ판매 사업자가 작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하거나, 같은 기간 월평균의 110%를 넘겨 출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적용 기한은 오는 6월까지다.

주사기ㆍ주사침에서 시작된 수급불안은 다른 의료용품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례로 약포지의 원료 재고는 2주∼1개월에 불과하고, 시럽병은 유통재고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수급이 막힌 일부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을 멈췄다는 전언이다. 식약처 집중관리 품목인 수액제 포장재와 수액세트, 혈액투석제통 등도 고시 격상 직전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대로라면 의료용품이 없어 간단한 처방은 물론 수술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나프타 대란이 국민의 일상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6일부터 주사기ㆍ수액세트ㆍ장갑 등 14개 필수관리품목의 재고량을 매일 점검하는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그나마 선제적으로 물량 관리를 한 덕분에 두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문제는 이후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비축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고시로 사재기를 막는다 해도 이미 줄어든 유통 물량이 어디서부터 채워질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수액세트·의료용 장갑 '품귀'...'공급절벽' 대체재 없어


중동전쟁이 촉발한 나프타 쇼크에 정부의 매점매석 금지 고시가 보름 간격으로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석유제품을 시작으로, 지난 3월 27일 요소ㆍ요소수에 이어 이번 주사기ㆍ주사침까지 세 차례다. 약포지ㆍ수액세트ㆍ의료용 장갑이 다음 고시 품목으로 거론되고, 포장재ㆍ플라스틱 등 석화 제품 전반의 추가 고시도 예고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의료 제품 관련 고시 행렬은 앞서 발동된 요소ㆍ요소수 고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요소ㆍ요소수 고시는 위기가 없는 품목에 선제 발동해 심리적 안정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소는 석유가 아닌 천연가스ㆍ석탄 기반으로 제조되는 데다, 수입선도 중국ㆍ러시아 등으로 분산돼 중동전쟁의 직접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주사기ㆍ약포지 등 나프타 기반 의료 소모품은 원료 자체가 막힌 상황에서 고시가 발동됐다. 국내 나프타 수입의 83%를 공급하던 중동 루트가 흔들리면서 나프타분해센터(NCC)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탓이다. “사재기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더라도 원료가 들어오지 않는 구조적 공급 부족을 고시로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웃 일본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일본의 나프타 중동 의존도는 43%로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충격은 훨씬 빠르게 의료 현장으로 전이됐다. 인공투석 튜브 시장의 50%를 점유하는 기업이 태국ㆍ베트남 공장 나프타 부족을 이유로 일본 납품을 전면 멈추겠다고 예고한 탓이다.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 34만명은 대체재 없이 공급 절벽 앞에 그대로 노출됐다.

수술용 폐액 용기 시장 70%를 점유하는 기업도 이달 중순 공급 종료를 통보했고, 수술용 장갑 가격은 2배 이상 폭등하면서 중소 의원들이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법적 통제 없이 시장에만 수급을 맡긴 결과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나라 고시 발동에 영향을 줬다.

대만의 나프타 대란은 전방위적이다. 대만 주요 석화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2023년 러시아산 나프타를 끊고 중동산으로 전환했는데, 이번 중동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생활 현장에서는 비닐봉지 가격이 2배 폭등했고, 1회용 포장용기 원자재가 20∼30% 급등하면서 요식업계까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국가 산업인 반도체도 조만간 영향권에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지 고시 등 정부의 선제적인 통제 덕에 일본ㆍ대만보단 덜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나프타에서 에틸렌 생산이 늦어지면서 PVC(건축용 창호ㆍ배관 자재) 가격이 오르고, 조선용 도료ㆍ에폭시 원료도 급등세다. 포장필름ㆍ단열재 원료 공급 차질로 건설ㆍ제조 현장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공사비 추가 상승 압박은 심화하고 있다. 대기업은 재고 여력으로 단기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원가 급등-주문 취소-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전쟁이 끝나도 공급망이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데, 현재 상황에선 이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당장 종전이 되더라도 유가는 연말까지 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고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국민의 삶도 퍽퍽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주사기ㆍ주사침에 이어 수액ㆍ약포지 등 의료용 소모품 전반의 수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추가 고시 발동과 함께 나프타 대체 수입선 확보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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