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DL이앤씨 직원 고소
조합도 공식사과ㆍ관련자 배제 요구
강남구 재검토… 제안서 개봉 중단
수사 결과 따라 사업 지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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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구정 전경. / 이미지 : 대한경제 DB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공사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 입찰 절차는 중단됐고, 수주경쟁에 나선 현대건설은 입찰 서류를 몰래 촬영한 DL이앤씨 직원을 경찰에 고소했고, 조합도 DL이앤씨에 공식 사과와 관련자 배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강남구도 입찰 절차 중단을 요청하면서 사업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전날인 14일 DL이앤씨 직원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10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입찰 마감 후 서류 개봉 및 날인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카메라를 이용해 입찰 서류를 몰래 촬영한 게 화근이 됐다. 고소 대상에는 압구정5구역 담당 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압구정5구역 시공사 입찰 마감 후 서류 개봉 및 날인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카메라를 이용해 입찰 서류를 몰래 촬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사태 초기만 해도 봉합되는 분위기였다. DL이앤씨는 다음날 박상신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 공문을 내고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개인의 과도한 의욕에서 비롯됐을 뿐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공정성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조합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문제의 볼펜은 밀봉 보관하고 입찰은 유지한다’는 결론을 냈고, 강남구으로부터 ‘입찰에 문제없다’는 구두 검토 의견도 받았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법무법인을 통해 재검토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현대건설은 이번 행위가 ‘경쟁 방법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법무법인 김앤장의 의견을 근거로 14일 DL이앤씨 직원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 대상에는 해당 현장에 참석한 압구정5구역 담당 팀장, 사업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담당 임원급까지 참석한 사안을 개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회사 차원의 행위로 규정했다.
조합도 같은 날 DL이앤씨에 공식 공문을 발송하며 책임 규명에 나섰다. 조합은 공문에서 △무단 촬영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 제출 △촬영 관련자의 시공자 입찰 관련 업무 즉각 배제 및 결과 문서 통보 △강남구청 유권해석 결과와 후속 조치에 대한 적극 협조 확약 등 세 가지를 DL이앤씨에 요구했다.
조합은 “이번 행위는 정비사업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신의성실 의무 위반으로, 전체 사업 일정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했다”며 “절차 중단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원인을 제공한 DL이앤씨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강남구의 입장도 바뀌었다. 애초 강남구는 DL이앤씨 측 법무법인 의견을 토대로 구두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냈으나, 현대건설과 조합이 별도 법무법인 의견서를 첨부한 공문을 공식 제출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강남구는 내부 자문위원회를 소집해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제안서 개봉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고 조합에 요청했다. 현재 압구정5구역 제안서 개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관련 법규 위반이 아닌 만큼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한양 1ㆍ2차를 재건축해 지하 5층∼지상68층 8개 동 139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찰 수사 결과와 강남구 자문위원회 판단에 따라 시공사 선정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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