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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의 선거는 다르게 움직인다. 같은 진영 안에서도 경쟁이 협력보다 앞선다. 표면적으로는 후보군이 다양해진 결과처럼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택하고, 경선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선거로 이어진다. 단일화 협상은 ‘막판 변수’로 남겨지고, 협상 자체가 전략적 지렛대로 사용된다. 선거는 점점 더 분산된 상태에서 시작되고, 통합은 점점 더 늦게, 혹은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정당은 내부 경쟁을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을 전제로 움직였다. 지금의 정당은 그 전제를 약하게 만들었다. 정당은 더 이상 강한 결속을 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개인이 잠시 머무는 플랫폼에 가까워졌다.
이 변화는 정치인의 생존 방식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조직 안에서의 위치와 관계가 정치인의 기반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인지도와 확장성이 더 중요해졌다. 선거는 정당의 이름으로 치러지지만, 실제 경쟁은 개인 브랜드 간 경쟁에 가까워졌다. 이 구조에서는 연대가 전략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협력은 지분을 나누는 일이 되고, 타협은 곧 손해로 인식된다.
그래서 연대는 점점 어려워진다. 신뢰는 약해지고, 약속은 불확실해지며, 승리 이후의 권력 배분에 대한 갈등이 협상 이전부터 작동한다. 함께 이기는 구조보다, 각자 살아남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정치가 협력의 시스템이 아니라 경쟁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쟁의 시장에서는 책임도 함께 변한다. 연대가 전제된 정치에서는 승리 이후의 책임이 공유된다. 정책 실패든 인사 문제든, 그것은 함께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정치에서는 책임이 분산된다. 선거는 함께 치르지 않았고, 권력은 나눠 갖지 않았으며, 따라서 실패의 책임 역시 흐려진다. 정치가 점점 더 가벼워지는 이유다.
지금의 선거에서 반복되는 단일화 실패와 내부 갈등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관계를 설계하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하고, 갈등을 관리하며, 공동의 선택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 능력이 약해질수록 정치는 더 많은 후보를 만들지만, 더 적은 합의를 만든다. 이 흐름은 지방선거에 그치지 않는다.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본래 관계의 기술이다. 적과 싸우기 이전에, 같은 편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연대가 무너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분열이다.
정치가 관계를 잃는 순간, 권력은 남지만 책임은 사라진다. 책임이 사라진 정치에서 유권자는 선택할 수는 있어도 기대할 수는 없게 된다. 혼자 얻은 승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치는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구조여야 한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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