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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체질 개선의 민낯] ① 11번가, 적자 절반 축소…거래 규모 반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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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1 05:20:17   폰트크기 변경      

광고ㆍ인건비 등 영업비용 25% 감축

작년 영업손실 396억… 47% 줄여

SK플래닛 100% 자회사로 지분 정리 

징둥닷컴과 ‘역직구’ 돌파구 모색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11번가의 거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3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손실을 절반 수준까지 줄였지만, 매출도 감소했고 거래 축소 폭은 더 큰 상태라 플랫폼 자체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1번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396억원으로 전년(754억원) 대비 47% 축소됐다. 영업비용은 6372억원에서 4772억원으로 25% 줄었다. 광고비, 인건비, 지급수수료 등 전 항목에서 비용을 깎은 결과다. 기프티콘 사업부를 SK플래닛에 넘기면서 생긴 매각이익(197억원)과 전년에 대손충당금의 기저효과(121억원)을 걷어내도 약 300억원의 구조적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11번가는 2025년 10월 SK플래닛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재무투자자(FI) 지분 정리가 마무리되면서 유상증자 600억원이 유입됐고, 기말 현금은 505억원으로 전년(292억원) 대비 73% 늘었다. 부채비율도 1261%에서 450%로 급락했다.

다만, 거래 규모가 위축되면서 비용 절감에 기댄 체질 개선이 이어질지는 과제로 남았다. 우선 영업수익이 5618억원에서 4376억원으로 22% 줄었다. 오픈마켓 중개 수수료(3195억원)는 10% 감소했고 직매입 상품 매출(1181억원)은 43% 감소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 쿠팡처럼 직매입 상품을 익일배송하는 ‘슈팅배송’을 강화한 후 받은 성적표라 뼈아프다.

거래가 감소하면서 예수금도 급감했다. 예수금은 2482억원에서 1432억원으로 무려 42% 줄었다. 예수금 중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을 판매자에게 정산하기 전 플랫폼에 머무르는 자금이만 20% 줄었다. 플랫폼을 통과하는 거래가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카드사에 넘긴 결제 채권도 2170억원에서 1314억원으로 39% 줄었다. 핵심 수익원인 플랫폼 수수료 매출이 3548억원에서 3195억원으로 10% 역성장했다. 결국, 플랫폼 거래가 살아나지 않으면 비용 절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손익의 지속성도 변수다. 사업부 매각이익과 대손충당금 기저효과는 올해 모두 사라진다. 300억원대 일회성 버팀목이 빠진 상태에서 비용 절감만으로 적자 축소를 이어갈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경영진과 감사인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한 상태다. 11번가처럼 적자가 계속되는 기업은 세무상 결손금이 쌓인다. 이 결손금은 앞으로 흑자가 나면 과세소득에서 차감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일종의 권리다. 현재 장부에 자산(이연법인세자산)으로 올리려면 실제로 그만큼의 이익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11번가의 미사용 결손금은 2636억원에서 4126억원으로 56% 불어났지만, 이 권리를 자산으로 인식한 금액은 495억원에서 298억원으로 오히려 40% 줄었다. 경영진과 감사인 모두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흑자가 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증거다.

11번가는 이러한 과제를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둥닷컴의 글로벌 물류망, 플랫폼 트래픽을 활용해 11번가에 입점한 판매자의 거래를 키우고 신규 우량 판매자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게 핵심이다.


앞서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JV)을 만든 G마켓과 유사한 행보로 보이지만, 작동 방식과 조건은 다르다. G마켓의 해외 마케팅은 알리바바그룹 차원에서 지원하지만 11번가는 장부상 가치 14억원 규모의 중국 자회사가 운영한다. 이 회사가 중국 광군제 등 대형 행사를 소화할 역량이 있을지 관건이다. 또한, 신세계그룹처럼 SK플래닛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야 초기 판매자 모집과 판촉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이커머스들이 비용 절감을 통해 적자폭 축소에 매진했는데, 줄어든 거래를 되살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체질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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