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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40여건 중 경쟁 입찰 ‘0건’
강남권ㆍ목동 일대도 수의계약 확산
공사비ㆍ금융비 부담에 ‘선택과 집중’
경쟁입찰 오히려 분쟁… 사업 ‘발목’
조합, 사업속도 전략에 협상력 약화
한= 올해 1∼4월 시공사 선정 40여건, 경쟁입찰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요.
이종무= 맞습니다. 한마디로 ‘경쟁 실종’입니다. 대형 사업부터 가로주택, 소규모재건축까지 유형을 불문하고 단독 수의계약이 관철됐어요. 이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치쌍용1차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총회를 마쳤고, 창원 가음2구역, 용인 기흥1구역, 용호3구역 같은 지방 사업지도 마찬가지예요. 강남이건 지방이건, 대단지건 소규모건 패턴이 똑같습니다.
한= 이달 말까지 진행될 주요 사업지 현황도 비슷한가요.
이= GS건설은 성수1지구ㆍ서초진흥 등에서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빠르면 5월 말 압구정3구역에서 5조원 규모 수주를, 삼성물산은 압구정4구역과 대치쌍용1차를 각각 단독으로 가져가는 구도입니다. 신대방역세권은 한화건설부문ㆍ대우건설 컨소시엄이 1ㆍ2차 입찰 모두 단독 참여해 이달 말 총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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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동 재건축 사업지. / 사진 : 대한경제 DB |
한= 최근 강남권과 목동 일대 입찰 결과도 기대와 달랐죠.
이= 지난 10일 압구정3구역과 5구역, 목동6단지, 신반포19ㆍ25차 등 서울 핵심 재건축 4곳 입찰이 동시에 마감됐는데요.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ㆍ25차에서 경쟁이 성사된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국내 단일 재건축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압구정3구역은 현대건설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 수순에 들어갔고, 목동6단지는 10여 개 건설사가 관심을 보인다고 했는데 DL이앤씨 단독 응찰로 유찰됐습니다.
한= 경쟁입찰이 실종된 이유가 뭡니까.
이= 복합적 원인이 있어요. 가장 근본적인 건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부담입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이주비 대출 보증까지 떠안으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간 수익 대신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가 됐거든요. 여기에 압구정ㆍ성수ㆍ여의도ㆍ목동까지 대형 사업지가 동시에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인력과 자금을 분산하기도 어렵습니다. 각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원하는 곳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묵시적으로 포기하는 거죠. 현대건설이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발을 빼고 압구정에 화력을 집중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조합 스스로도 6월 지방선거 이후 이주비ㆍ중도금 규제 강화를 우려해 경쟁을 기다리기보다 빨리 마무리 짓자는 심리도 확산되고 있고요.
한= 게다가 경쟁입찰이 이뤄진 사업지에서는 오히려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죠.이= 맞습니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DL이앤씨 관계자가 펜카메라로 경쟁사 서류를 무단 촬영하다 적발돼 입찰 절차가 중단됐어요. 강남구가 ‘부적절한 행위’로 판단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조합의 검토ㆍ결정을 제안해 사업 재개가 예고됐지만 앙금은 남아 있습니다. 신반포19ㆍ25차에서도 도급계약서 외부 반출 논란이 불거졌고, 성수4지구는 서류 미비로 입찰이 무효화돼 시공사 선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됐습니다. 과거엔 마케팅과 설계 경쟁으로 조합원을 설득했다면, 지금은 상대방 정보를 캐내거나 절차상 허점을 파고드는 식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경쟁의 질 자체가 달라진 거죠.
한= 수의계약이 조합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이유가 있나요.이= 경쟁입찰이 있어야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낮추거나 이주비 지원, 설계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건을 제시합니다. 단독 구도에서는 조합이 협상 레버리지를 잃게 되고, 시공사가 제시하는 공사비가 적정한지 검증할 비교 기준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그럼에도 경쟁입찰이 오히려 사업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조합들도 수의계약에 손을 드는 분위기입니다. 한 마디로 ‘딜레마’인 거죠.
한= 향후 수주경쟁 구도는 어떻게 될까요.이= ‘압ㆍ여ㆍ목ㆍ성’ 핵심 수주 권역으로 꼽혀온 목동에서도 첫 입찰 결과는 유찰이었어요. 현대건설은 신중론을, 삼성물산은 ‘홀수 단지 위주’라는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4개 단지가 동시다발로 시공사를 구하는 구조다 보니 특정 단지를 공개적으로 겨냥했다가 실패하면 투입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는 탓에 패를 숨기는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GS건설만 유일하게 2ㆍ4ㆍ7ㆍ9ㆍ12단지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압구정ㆍ여의도ㆍ성수까지 인력과 자금을 분산하기 어려운 상황도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단독입찰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경쟁 없는 시장이 건설사엔 ‘선택과 집중’, 조합엔 사업 속도라는 실리를 안겨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의계약 시대에 적정 공사비를 어떻게 검증할지, 그 답을 찾지 못하면 결국 그 부담은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정비시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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