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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온항습기 설치 30년 한우물..."전국 1만개 건물에 제 땀과 열정이 흐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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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4-21 12:35:11   폰트크기 변경      
협동중량 창사 30주년 맞은 설치기술의 장인 구기석 대표


서울 충무로 인쇄 골목에서 책 디자인과 출판, 제본 작업을 하던 20대 건장한 청년은 매일 밤잠을 걸쳤다. 인쇄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이 않게 찬바람이 불어닥치자 직업을 아예 바꾸겠다는 생각에 골몰했다. 그 때가 1990년대 중반이었다. 사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과거와 달리 인쇄소 거리는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들고 있었다. 때마침 주변에 아는 사람이 기계 및 항온항습기 설치작업을 권했다. 인쇄 골목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서울 중구 중앙시장에 있는 조그만 전문 설치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작업 구조상 전자와 전기, 건축설계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무였다. 사장의 어깨너머로 전기, 전자, 설계, 디지털 기술을 익히면서 육체적 고통을 온몸으로 버터냈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의 설치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작업 중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구기석  협동중량 대표.                                                                                         사진=김경갑


2000년 초에 서울 보문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가슴 한켠에는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을지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선반, 밀링, 콤퓨레사 등 가공기계설치에 주목했다. 2000년부터는 항온항습기 설치사업에 본격 뛰어 들었다. 지난 30년 끈기와 고집으로 전국을 뛰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척했다. 그동안 항온항습기 설치 작업장만 1만 여곳에 달한다. 서울대 병원을 비롯해 삼성병원, 고대 안암병원, 대전시 청사, 이마트 등 주로 대형 건물에 특화할 기술 습득에 역점을 뒀다. 이런 노력은 2024년 항온항습기 제조업체 에이알(AR)로부터 협력우수상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기업은행 하남지점, 양산시청 등에 설치 작업도 그의 손끝에서 완벽하게 탄생했다. 이제 그는 국내시장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항온항습기 설치기술의 장인 대열에 당당히 섰다. 바로 구기석 협동중량 대표(64)의 이야기다.

다음 달 회사 창립 30년을 맞는 구 대표는 “10년 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회갑이 넘었지만 이제는 항온항습기 설치사업으로 나라를 살찌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시대가 급물살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직도 수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항온항습기 설치작업은 장래성이 보장된 몇 안되는 직업군에 속한다”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10년간 연간 매출 30억~50억원 규모의 견실한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국내 굴지의 항온항습기 설치 회사로 자리매김한 데는 피와 땀과 눈물의 결과라고 지난 30년을 회고했다. "단순히 설치작업으로 알고 사업을 매진하던 어느 날 이게 산업현장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면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국내외 문헌기록과 실물자료,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항온항습기를 연구하며 우리 설치기술이 지닌 위상과 의미를 상품화하기 시작했죠.”

항온항습기 설치사업이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도 애둘러 강조했다. 때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전국 곳곳 작업장을 돌며 온전히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설치 관리하기 때문이다. “설치 공법의 현대화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용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비록 외로운 사업이지만 기업들이 제가 설치한 항온항습기를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남은 인생 이 길을 계속 갈 겁니다.”

하지만 구 대표는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차례 폐업위기를 맞았다. 그는 “기업인이 문화 사업을 계속하면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마치 알몸으로 가시덤불을 기어나오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 사업장을 차리고 장인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면서 가슴 한켠이 알싸하다. “그때 설치 전문가의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좀 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책임감이 어깨를 눌러요.”

항온항습기 설치 작업을 끝내고 시험가동을 하고 있는 구기석 대표.  사진=김경갑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뛰어난 실력으로 발군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그는 최근들어 데이터센터의 항온합습기 설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와 반도체 호황을 맞아 데이터센터가 무더기로 지어지지만 전력이 많이 소비되는 만큼 시스템을 안정화 시키려면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전국 사업장에서 ‘러브콜’이 이어지지만 일손이 너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의 사무실은 일정 공간에 건축을 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항온항습이 요구되는 궁극의 가치인 시스템을 어떻게 잘 구현내느냐에 사업성이 달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명인의 대열에 선 그는 “기계가 움질일 때 소리와 온도, 습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느낄 수 없어야 한다”며 “주변 기계나 시스템이 완전무결하게 굴러가게 해주는 것이 최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어렵지만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을 얻기 위한 방법이 전선 가닥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설치할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재현해 내기 위해선 소리 크기는 물론 위치까지 구현해 내야 한거든요. 일종의  안전과 쾌적함을 건축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설치 작동원리는꽤나 까다롭다. 먼저 실내의 공기를 제품의 하부로 흡입해 프리필터, 미디엄 필터로 정화시킨다. 또 내부의 냉각 코일을 비롯해 전기 가열식 히터, 전극봉식 가습기, 냉각 감습기를 일정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한다. 송풍기를 통해 토출된 공기는 실내의 헤파필터에서 항균처리돼 최종적으로 실내의 공기를 온도, 습도, 청정도를 유지시킨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기를 넣어주면 실내는 양압이 발생하고 공기의 신선도를 높여준다.

“현장을 수없이 찾아다니면서 ‘시스템이 잘 굴러 갈 수 있게 듣는 것이 왜 다른가’를 비교해 가면서 공간 작업을 터득해 나갔습니다. 수많은 전선과 디지털 라인을 맞추면서 현장의 에너지도 느낄 수 있어야 하구요.”

그의 기술력과 노하우는 마치 설치미술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언뜻 보면 금속으로 만든 현대적 조형물이 우뚝 서 있는 느낌이다. 다양한 기계음의 화력을 소화해 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현장의 공간감, 현장감, 안정감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서 그의 설치작업은 시스템과 공간 예술의 절충인 셈이다.

제대로 항온항습기와 기계의 튜닝을 위해서 그는 나름의 철칙을 가지고 있다. 이른 아침 설치 공간에 도착해 기계 소리를 듣는 것이다. 냉매배관 연결작업 및 급수. 배수 연결 작업을 머리 속에 그린다. 폰과 헤드폰도 가급적 삼간다. 비올 때 막걸리를 한 잔 하고 기분 나쁠 땐 일을 안 한다. 소믈리에처럼 자극적인 음악도 일을 앞두곤 피한다.

그는 “상당 부분 초기 설계 부족, 설치 불량, 사용 시 주의사항 및 관리법을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다”며 “설치조건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설정하고 사용자에게 사용법을 꼭 설명한다”고 했다.

평상시 무욕을 실천한다는 구 대표가 마지막 남긴 한마디가 귀전을 때린다.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상의 파편들이 모여서 어떤 강한 덩어리로 바뀌는 순환의 어쩔 수 없는 고리들이 아닌가. 칠흑같은 어둠의 세계에서 태어나 한 줄기 빛으로 변화하는 삶의 향원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는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 매혹적 물체를 설치기술의 예술세계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아! 흙에서 와서 설치 기술의 장인으로 스며든 삶이여, 원색 물결로 꽃피우다 지리라.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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