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리스크 최소화, 초기 대응 중요
영장 원본 원칙, 사본ㆍ팩스는 예외
혐의사실 관련 정보만 선별 원칙
데이터 통째 추출, 파일 저장 위법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수사기관의 예고 없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절차상 위법 여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은 물론, 정교한 초기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는 법조계의 조언이 나왔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인정되면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 자체가 재판에서 배제될 수 있는 만큼, 현장 대응 과정에서부터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 영장 제시 방식, 임의제출 자료의 활용 범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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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임미하ㆍ김동주ㆍ정유리 변호사(왼쪽부터)가 21일 열린 ‘기업 압수수색과 위법수집증거 실무 동향’ 웨비나에서 기업들의 방어권 보장에 유용한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륙아주 제공 |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동주 변호사는 21일 ‘기업 압수수색과 위법수집증거 실무 동향’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서 “압수수색은 기업 입장에서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이자 법적 리스크”라며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배제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웨비나는 뇌물수수 혐의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가상 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수사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절차적 쟁점을 단계별로 짚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형사소송법상 ‘영장 원본 제시 원칙’과 관련해 검사 출신인 정유리 변호사는 “압수수색영장은 집행 현장에서 원본을 제시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본만 팩스로 보낸 뒤 장기간이 지나 원본을 제시하는 경우는 적법한 집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팩스를 보내는 방식은 피압수자가 현장에 없는 경우 등 현실적으로 영장 제시나 사본 교부가 불가능한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근 실무상 최대 쟁점인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정 변호사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만을 선별해야 하는데, 특정 기간의 데이터를 통째로 추출해 하나의 파일로 저장하는 방식은 위법하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참여 등 적법 절차 준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대해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임의제출 자료의 활용 범위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정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로부터 임의제출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확인해 압수 범위를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며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는 무관한 별건 범죄 자료까지 압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법원도 ‘임의제출자의 의사가 불명확한 경우, 압수 가능한 전자정보 범위는 원칙적으로 임의제출 동기가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최소한의 정보에 한정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압수목록 작성ㆍ교부도 실무상 빈번히 문제 되는 부분이다. 경찰 출신인 임미하 변호사는 “압수목록은 품명과 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작성ㆍ교부해야 한다”며 “개괄적으로 기재하거나 상세 목록을 장기간 지나 교부하는 경우 위법하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법 개정에 따라 내년 2월 시행되는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ㆍAttorney-Client Privilege)’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임 변호사는 “개정 법 시행 전이라도 변호인과 의뢰인 간의 대화 내용은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영역에 해당한다”며 의뢰인과 변호인 간의 대화 내용을 압수한 처분에 대해 법원에서 준항고로 취소받은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변호인의 참여권은 단순히 참여의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의 일정 조정 요청을 거부하고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면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변호인의 압수수색 참여권의 시간적 범위나 한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지만,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압수수색 일정을 급박하게 진행했다면 위법하다’고 본 하급심 판결은 있다.
영장 기재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됐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영장에 명시되지 않은 물건을 확장ㆍ유추 해석해 압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예컨대 ‘정보처리장치’라고만 기재된 경우 휴대전화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압수 과정이 위법할 경우 이를 기초로 확보한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위법한 압수수색이 후속 수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복수 기관이 동시에 현장조사에 나선 경우에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이 향후 수사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기업 내부에서 일관된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앞서 대륙아주는 지난해 ‘압수수색 대응센터’를 출범시켜 수사기관의 불시 압수수색에 24시간 상시 대응하고 있다.
센터장인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대응은 현장 대응을 넘어 사전에 기업 내부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최신 판례와 제도 변화를 반영한 실무 중심의 대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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