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권 1358개사 중 998개사 직접 제재
철강 수출액 93% 집중…직격탄
실측 데이터 없으면 비용 2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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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올해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확정기간’에 들어서며 수출기업의 실질적 탄소 비용 납부 의무가 시작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설명회를 잇달아 열며 현장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CBAM 영향권 중소기업들의 대응 수준은 여전히 제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ㆍ기후에너지환경부ㆍ중소벤처기업부ㆍ관세청 4개 부처는 서울 트레이드 타워에서 올해 11번째 CBAM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 중소기업 임직원 200여명이 모였고 온라인으로도 상당수 기업이 청취했다. 설명회는 지난해 12월 공개된 EU CBAM 하위규정을 바탕으로 확정기간 개시에 따른 주요 규정 변화와 실제 사례를 소개하는 실무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날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2026년은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해인 만큼 확정기간의 변화된 규정을 명확히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현재 CBAM 대상 국내 중소기업은 1358개사로, 이 중 EU 직접 수출기업만 약 998개사(73.5%)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철강과 철강 가공제품에 전체 수출액의 93%가 집중돼 볼트ㆍ너트ㆍ강관 제조 업체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권에 놓였다.
주목할 점은 EU에 직접 수출하지 않는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간접 수출 협력사들도 대기업의 CBAM 신고 과정에서 공급망 탄소 데이터 제출 요구를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영향권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80%에 가까운 중소기업이 CBAM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자동차부품 업종 중소기업 142개사 조사에서도 54.9%가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합동설명회가 열한 차례를 넘어가도 현장 이해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배경엔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특히 배출량 실측 데이터(AD) 확보 자체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탄소배출량을 CBAM 요건에 맞게 산정하려면 공정별 질량 균형, 연료별 배출계수, 투입ㆍ산출 탄소량의 정밀 계산이 필요하다. 대기업 전담 TF도 수개월씩 매달리는 작업인데, 중소기업 자체 인력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철강재 가공업체 임원은 “중소기업 대부분은 에너지 사용량을 전기요금 고지서와 가스 납부 영수증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어 공정별 분리 계량조차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설명회와 함께 중기부 주관으로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비용을 기업당 최대 42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도 운영 중이다. 올해 지원 대상은 20개사로 이전보다 확대됐지만, 영향권 기업 1358개사와 비교하면 지원율은 1.5% 수준에 머문다. 업계에서 지원 규모의 확대와 함께 부처 간 통합 대응 체계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강관 제조업체 대표는“설명회에 가면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막상 돌아와서 실제로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비용은 어디서 마련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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