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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최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동섭 기자 |
[대한경제=김동섭 기자]재무상태가 우량한 기업이 한정의견 등을 통해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을 고의로 유도한 뒤 소수주주를 헐값에 내쫓는 ‘고의상폐’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최한 ‘상법 개정 이후 남은 주주 보호의 과제’ 토론회에서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재무가 우량한 기업임에도 일부 감사증거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아 한정의견을 유도한 뒤 상폐 절차를 밟는 방식이 자본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의견은 재무제표 전반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 항목의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외부 감사인이 내리는 의견으로, 한정의견이 3년 연속 나오면 거래소는 별도 심사 없이 기계적으로 상폐를 결정한다. 일례로 김 변호사에 따르면 대동전자는 전체 자산의 1%도 안 되는 홍콩 관계사 자료를 3년 연속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아 상폐 절차를 밟았는데, 같은 시기 자사주 7%를 집중 매입해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쳐 93%를 확보한 점이 고의상폐 의혹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사업보고서 미제출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감사자료 미제출은 과징금·손해배상 규정이 없어 법적 리스크 없이 상폐를 달성하는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형사처벌은 피하면서 소액주주를 헐값에 축출하는 합법적인 강탈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고의상폐의 경제적 유인은 지분 매집 비용 절감이다. 정상적인 공개매수는 시가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줘야 하지만, 상폐 후 정리매매 과정에서는 폭락한 주가로 저렴하게 지분을 사들인 뒤 지배주주 매도청구권·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주식병합 등을 동원해 소액주주를 완전히 내보내고, 매수가액을 웃도는 배당을 독식하는 구조다.
김 변호사는 △감사의견 미달로 인한 소액주주 손해 배상책임 신설 및 입증책임 전환 △고의상폐 기업 재상장 제한 △소수주주 축출 수단을 지배주주 매도청구권으로 일원화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의상폐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대안이 나왔다. 홍동균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고의적으로 감사증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외부감사법 제22조 개정을 통해 포렌식 등 외부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재무상태가 우량함에도 감사의견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례적 사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상폐 시 주식 매수가액을 시가 대신 공정가액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순자산가치에는 배당 재원인 현금성 자산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정가액 산정에 반영하면 소액주주가 억눌린 시가보다 높은 적정 가격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거래소는 형식적 요건으로 퇴출 규정을 적용하는 집행기구로서 한계가 있다”며 “미국처럼 고의 혐의가 있을 경우 금융당국이나 법원 판결로 공정가치 보상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정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합병 과정에서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가 기준이 아닌 공정가액 기준 합병이 이뤄지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섭 기자 subt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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